현대자동차의 주말 특근이 10주째 무산됐다. 주말 특근이 10주째 이뤄지지 않음에 따라 현대차는 총 7만대의 생산 차질을 빚게 됐다. 금액으로는 1조4000억원 규모다.

10일 현대차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번 주말(11~12일)에도 특근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됐다. 현대차는 3월부터 노·사가 근무 방식과 수당에 이견을 보이면서 주말 생산을 하지 못했다. 이전에는 1개조가 토요일 오후부터 일요일 새벽까지 근무했다. 하지만 주간 연속 2교대제 시행으로 주말에도 평일처럼 2개조로 나눠 근무하는 방식으로 바꾸면서 근무조건과 특근수당 등에 이견이 생긴 것이다.

노조의 특근 거부가 7주째 이어지자 사측은 노무담당 부회장을 맡다 작년에 사퇴한 윤여철 부회장을 지난달 24일 복귀시키면서 해결에 나섰고, 26일 노·사 합의에 성공했다. 노·사가 합의한 특근 재개일은 한 주를 쉬고 난 다음 주인 4일이었다. 하지만 노조 대표가 합의한 내용에 대해 각 공장별 노조(사업부 대표)가 반발하면서 4일에도 현대차는 특근을 못 했고, 11일에도 하지 못하게 됐다.

노·사가 합의를 했는데도 일부 공장에서 특근을 하지 않겠다고 나서는 것은 근무조건을 개선해달라는 요구 때문이다. 주말 특근의 경우 개인 사정으로 빠지는 사람이 많은데 이를 대체할 인력에 대한 대책이 없고, 특히 숙련된 기술이 필요한 작업의 근무자가 빠지는 상황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공장별로 근무 형태도 다르고 이해관계도 다른 상황이어서 일부 공장에서는 합의안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이유로 근무를 거부하는 공장이 주력 공장들이라는 점이다. 현대차는 울산과 아산, 전주 등 3곳에 자동차 공장을 운영 중이다. 이 중 아산 공장은 이번 주말 특근을 거부했다. 전주 공장의 경우 버스 생산 라인을 제외한 나머지가 특근을 거부했다.

주력 공장인 울산 공장의 경우에도 자동차 생산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울산공장에는 변속기 공장, 엔진 공장, 소재 공장 등과 함께 완성차 조립 공장인 1~5공장이 있다. 변속기 공장과 엔진 공장 등은 이번 주말 특근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1~5공장은 이번 주말에도 특근을 하지 않기로 했다.

현대차는 각 공장이 회사 측 실무 부서와 협의를 해 특근을 할지를 결정하는 형태로 주말 근무가 운영된다. 일부 공장에서는 특근 수당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노조가 합의를 한 만큼 특근을 재개하게 된다면 사측과의 기존 합의대로 운영하면서 추가 협상을 한다는 게 노조의 입장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새로운 형태의 특근을 아직 해보지도 않았다”면서 “일어나지도 않은 문제에 대한 대책을 미리 요구하면서 근무를 못하겠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단 주말 근무를 해보고 문제가 나오면 그때 개선의 노력을 하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노조 관계자는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주말에 결원이 발생했을 경우 자동차를 제대로 만들 수 있겠느냐”면서 “회사에서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사 대표가 합의를 한 사항을 노조 구성원들이 따르지 않은 이번 사태에 대해 자동차 업계에서는 현대차 노조가 9월에 있을 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노조를 장악하려는 각 계파가 기존 노조의 성과를 깎아내리는 시도를 한다는 것이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 노조는 워낙 계파가 많고 이해관계가 달라 일관된 목소리를 내기가 어렵다”면서 “노조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있어서 앞으로 임단협도 쉽지 않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조 관계자는 “다음 주 확대 운영 간담회를 통해 내부 입장을 조속히 정하고 회사와 새로운 협상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