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7개월 만에 0.25%포인트 전격 인하했다.

금통위는 9일 5월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2.75%에서 2.5%로 내리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10월 0.25%포인트 인하 후 7개월 만의 금리인하다.

이번 기준금리 인하는 최근 국내 경기지표가 예상보다 부진하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대비 0.9% 성장했지만 전년동기대비로는 1.5% 성장에 그쳤다. 게다가 1분기 GDP 속보치에 반영되지 않았던 3월 산업생산이 부진했다. 3월 광공업생산은 전월대비 2.6% 줄어 1년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다. 광공업 생산은 올해 1월부터 3개월 연속 감소세다. 4월 수출 증가율도 0.4%에 그쳤다.

또 최근 유럽중앙은행(ECB), 호주중앙은행(RBA) 등이 금리를 잇따라 인하한 것도 금통위의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세계적인 저금리 추세 속에서도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더 낮춰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있을 만큼 세계경제가 부진하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정치권 등 각계에서 "저성장 탈피와 경제체력 회복을 위해서는 금리인하도 필요하다"고 거듭 요구한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지난 8일 원ㆍ엔 환율이 4년8개월 만에 1100원선이 무너지는 등 환율 하락 추세가 가파른 것도 금리인하의 한 요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번 금리인하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있었지만 다소 의외라는 평가가 많다. 김중수 총재는 이달 초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참석차 인도를 방문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해 7월과 10월, 기준금리를 총 0.5%포인트 인하한 것은 굉장히 큰 것"이라며 "한은은 1년 (시차가)걸리는 걸 깔아놨으니까 (정부에게)'이제 네 차례다'라고 말한 것"이라며 금리동결을 강하게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또 한은의 경기인식은 지난달 금통위 회의 때까지도 여전히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었다.

지난달 금통위의 금리동결 결정이 4대3으로 간발의 차이였던 것처럼 이번 회의에서도 의견차이가 컸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 8일 열렸던 금융위 동향보고회의는 평상시보다 1시간이나 더 늦은 오후 1시30분쯤 끝날 정도로 격론이 오갔다.

한편 이날 금통위를 앞두고 조선비즈가 경제ㆍ금융 전문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20명중 65%인 13명이 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인하를 전망한 전문가는 7명(35%)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