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8일 오후 경기도 포천 이동주조 막걸리 공장에서 막걸리 업계 대표와 민간 전문가 13명과 현장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장관은 막걸리 제조사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장관이 나설 정도로, 막걸리 판매 부진이 심각하다. 2009년 이후 호황 때 기술 개발을 하지 못하고, 알코올 도수가 낮은 포도주·사케 같은 술과의 경쟁에서도 밀렸기 때문이다.
8일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국내 막걸리 출하량은 41만kL(킬로리터)로, 재작년에 비해 6.5% 감소했다. 2009년부터 폭발적이던 성장세가 4년 만에 처음으로 꺾인 것이다.
수출 역시 작년을 기점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관세청이 집계한 막걸리 수출량은 2012년 2700만L로 2011년 3800만L에 비해 30% 줄어들었다. 올 들어서는 더 심해져, 1월부터 4월까지 막걸리 수출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52%가 감소했다.
오히려 일본 사케의 국내 수입은 크게 늘었다. 일본 사케는 작년 410만L가 수입돼, 2011년 같은 기간 240만L에 비해 70% 증가했다.
◇영세성 심각해
농식품부는 막걸리 판매 부진 이유를 한마디로 시장 변화에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임정빈 농식품부 대변인은 "수입 맥주와 사케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취향 변화가 있었지만, 막걸리 업체들이 신제품 개발 등을 통해 시장 수요에 대응하는 데 신속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2009년 막걸리 붐은 한류(韓流) 영향을 많이 받았다. 한류를 즐기는 일본인 등이 막걸리를 찾자, 거꾸로 내국인들도 먹기 시작한 것이다. 건강 식품을 선호하는 사회 분위기와도 잘 맞았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었다. 한 막걸리 업체 관계자는 "돈을 번 업체들이 번 돈을 다시 투자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말했다. 수출 실적이 떨어진 것도, 막연히 한류에 의존하고 일본 소비자의 취향이 저도주(低度酒)나 무알코올 음료로 옮겨가는 것에도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심지어 막걸리 업체들은 일부 업체를 빼놓고는 포장도 바꾸지 않았다. 싸구려같이 보이는 페트병에 담겨 있고 디자인도 붐이 일기 전이나 똑같다.
막걸리 업체 자체가 너무 영세한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2009년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생산을 하는 막걸리 업체는 522개였는데, 평균 종업원 수는 4.5명이었다. 또 공장 가운데 2000년대 이후에 만든 것은 100개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1990년 전에 만든 것들이었다. 심지어 해방 이전에만든 공장도 78개나 됐다. 기술 개발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볼 수도 있다.
동반성장위원회에 의해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지정돼 있어 자금이 많은 대기업이 생산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농업 위해서라도 막걸리 포기 못해
어려운 상황이지만 막걸리 산업을 놔둘 수는 없다. 농업과 관련이 깊기 때문이다.
이동필 농식품부 장관은 농촌경제연구원 재직 시절 직접 전통주에 대한 책을 쓸 정도로 우리 술, 특히 막걸리에 대한 관심이 많다. 전통주 제조 허가 규제를 완화하는 등 제도를 정비하는 데 앞장선 공로를 인정받아 2011년 7월 국민훈장 동백장도 받았다. 그가 관심을 쏟은 이유는 막걸리가 농가 소득과 관련이 깊기 때문이다.
이 장관은 "농업이 살아남으려면 농작물을 좋은 품질로 재배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며 "농산물을 원료로 한 2, 3차 가공산업을 살리고, 이를 관광이나 체험과 연결해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막걸리는 쌀을 원료로 하므로, 막걸리가 잘 팔려야 쌀농사를 짓는 농민에게도 미래가 있다는 것이다.
농식품부는 내수 시장에 대해서는 젊은 층을 대상으로 홍보와 신제품 개발을 강화하고, 수출을 위해서는 동남아 등 새 수출 시장을 개척한다는 활성화 대책을 세워놓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근본적인 문제는 중소기업만 생산을 할 수 있다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소기업이 기술을 개발하고 시장을 개척하기에는 힘이 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