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의 하락 속도가 가팔라지면서 외환당국이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구두개입에 나섰다. 북한 리스크가 부각되며 지난달 8일 1140원까지 올랐던 환율은 한 달 새 60원 가까이 하락해 8일 1086.5원에 거래를 마쳤다.

그동안 공식적인 구두개입 뿐 아니라 환율에 대한 언급을 아껴왔던 외환당국이 시장에 경고성 메시지를 던진 것은 당국의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원·엔 환율의 1100원 선이 깨진 영향이 크다. 원·엔 환율은 장중 한때 1096원까지 떨어졌다.

김성욱 기획재정부 외화자금과장은 "지난해 말과 같은 외환시장 내 쏠림현상이 재발할 가능성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불필요하게 확대시키려는 움직임에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엔 환율이 1100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한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 직후인 2008년 9월 30일 이후 4년8개월만에 처음이다. 최근 주춤했던 원·엔 환율의 하락 속도가 다시 빨라지고 있는 것은 북한 리스크가 잠잠해진 이후 국제금융시장에서 원화 값이 다시 오르는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자동차 전자 등 해외시장에서 일본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우리나라 제품 수출경쟁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현오석 부총리는 이날 벤처기업 간담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최근 엔·원 재정환율의 하락세가 우리나라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당국의 경고 메시지에 대해 방향성을 돌리기보다는 하락속도를 늦추기 위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속도 조절을 원하는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으로 환율은 당분간 '숨 고르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이날 당국의 구두개입은 최근 달러화 대비 위안화 절상폭이 커져서 그 영향을 완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엔원 환율이 추가로 하락한다면 외환당국이 원화 강세 속도를 완만하게 조절할 수 있도록 추가 건전성 강화 조치를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는 장기적으로 원·엔 환율은 더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엔화 가치의 하락속도는 다소 더뎌지겠지만, 원화 가치가 추가로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손은정 우리선물 연구원은 "외환당국이 구두개입에 나섰지만 최근 전 세계적으로 위험자산 선호 (달러매도) 심리가 강화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어 당분간 원·달러 환율이 하락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며 "원·엔 환율도 하락 추세가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