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직 증축 허용, 분당 명품 신도시로 재도약!"

지난 3일 경기도 성남 분당 신도시. 아파트 단지마다 출입구에서 이런 현수막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건널목이나 버스터미널 앞처럼 사람이 많이 다니는 장소에도 비슷한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분당·일산·평촌 등 수도권 1기 신도시는 4·1 부동산 대책에서 허용된 수직 증축 리모델링의 대표적인 수혜 지역이다. 리모델링 허용 연한 15년을 넘긴 아파트가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는 약 400만 가구가 15년을 넘겼다. 전체 아파트의 44% 규모다.

경기 성남시 야탑동의 한 아파트 출입구에 수직 증축 리모델링 허용을 환영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붙어 있다.

1기 신도시들을 중심으로 수직 증축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지만, 매수세가 따르지 않아 시장에서는 '빛 좋은 개살구'라는 말도 나돈다. 주택시장 침체가 깊은 데다, 수직 증축 리모델링을 해도 집값이 과거처럼 크게 오르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기대감에 호가는 오르는데

분당의 경우 리모델링이 가능한 단지의 아파트 호가가 최대 5000만원까지 오른 곳도 나왔다. 분당 정자동 N공인 관계자는 "4억3000만원 선에 거래됐던 느티마을 3단지 전용 66㎡의 호가가 5000만원 정도 올랐다"며 "4·1 이후 투자가치 상승을 기대한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호가를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안양시 평촌 신도시 일대에서도 단지별로 호가가 평균 2000만~3000만원 안팎 오른 곳이 많다. 그간 가로로 폭을 늘리는 방식의 리모델링을 추진하던 방식을 바꿔 수직 증축으로 갈아타려는 아파트 단지도 나왔다. 평촌 목련2단지 이형욱 조합장은 "사업성이 더 좋은 수직 증축을 허용한다는 말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새로 설계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에서도 기대감이 높다. 그간 리모델링 분야에서 활발하게 공사를 따낸 쌍용건설·현대산업개발 등에는 리모델링 대상 아파트 단지들로부터 수직 증축 리모델링 관련 절차 등을 묻는 전화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아파트를 매년 대규모로 공급해 온 한국 주택시장 특성상 리모델링 대상인 노후 아파트도 매년 대규모로 쏟아져 나올 수밖에 없다"며 "건설업계 불황 속 새 시장이 열리는 셈"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그저 눈치만

부동산 업계의 기대감은 높지만 아직 시장은 잠잠한 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수직 증축 리모델링 대상 단지가 많은 1기 신도시의 주간 아파트 매매가는 지난달 5일 보합세를 기록한 이후 19일까지 2주간 매주 평균 0.01%씩 올랐다. 반면 그 뒤로는 지난 3일까지 2주 동안 계속 보합세다. 우선 국토교통부가 수직 증축의 세부 내용을 밝히지 않은 것이 영향을 주고 있다. 국토부는 이르면 6월 수직 증축과 관련된 세부 기준을 내놓기로 했다.

분당 야탑동 H공인 관계자는 "호가가 2000만~3000만원씩 오르면서 추가 매수세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예전부터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확정 과정에서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봐왔던 매수자들이 확실한 내용이 나올 때까지 움직이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수도권 장기 침체의 여파도 크다. 경기 고양시 S공인 관계자는 "수직 증축 리모델링이 언제 될지도 모르는데 분당이나 일산의 낡은 아파트를 사는 것보다 좀 더 저렴한 다른 지역 새 아파트를 사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말했다. 또 집주인들의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호가가 오르자, 주택 구매에 관심이 있었던 소비자들도 오히려 거래를 꺼리고 있는 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시장 영향 제한적일 수도 있어"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투자보다는 실수요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다. 우선 수도권 주택시장 침체로 리모델링을 한다고 해서 과거처럼 집값이 크게 오르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역별로 사업이 추진되려면 3~4년 이상 걸릴 수 있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커 투자자들이 나서기도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국리모델링협회 이동훈 정책법규위원장은 "집주인들이 리모델링을 한 후 과거처럼 집값이 크게 올라 차익을 남길 수 있다고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낡은 아파트에서 겪는 불편을 해소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직 증축 리모델링

기존 아파트 꼭대기 위로 2∼3개 층을 더 올리는 리모델링 방법. 층고는 높이지 않고 옆으로 면적을 늘리는 수평 증축에 비해 사업성이 좋은 방식으로 평가받는다. 리모델링은 건물 뼈대를 유지한 상태에서 외관과 주요 설비를 바꾼다는 점에서 완전히 헐고 새로 짓는 재건축과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