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폐지 기로에 놓인 기업이 인수합병(M&A) 문제로 때아닌 내홍을 겪고 있다. 해당 기업을 사려는 사람은 퇴출을 앞둔 기업을 사들여 정상화시키겠다는 입장인 반면 해당 기업의 주주들은 인수자 측이 지나치게 헐값에 회사를 사들이려 한다고 주장한다.
코스닥 인수합병(M&A) 업계의 큰 손으로 불리는 남궁견 고려포리머회장은 지난 3일 에스비엠에 대한 공개매수를 선언했다. 공개매수란 매수기간과 가격을 미리 공시하고 특정 기업의 주식을 사들이는 것을 말한다. 에스비엠은 전 경영진이 289억원을 횡령,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다가 가까스로 재감사 결정을 얻어낸 상태다.
고려포리머는 에스비엠 지분을 주당 1200원의 가격에 최대 22.46%(333만3333주)까지 공개매수한다는 방침이다. 총 40억원으로 회사를 인수하겠다는 것. 고려포리머 측은 "현재 장외에서 에스비엠 주식은 800원~1000원에 거래되고 있다"며 "에스비엠이 수 백 억원의 횡령으로 상장폐지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혀 싼 가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주주들은 즉각 반박했다. 일반적으로 공개매수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 주당 매수가격을 시가보다 할증된 가격을 제시하는 데 고려포리머가 이 같은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고려포리머가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은 거래정지 직전 종가인 1645원에서 27% 할인된 것이다.
주주들은 2011년 진행된 코웰이홀딩스(상장폐지) 공개매수의 경우 전날 종가에 비해 22.5% 할증된 가격이, 2003년 진행된 옥션(상장폐지) 공개매수 때는 전날 종가보다 25% 높은 가격이 제시됐었던 사례를 들어 고려포리머를 비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에스비엠의 경우 제대로 된 최대주주가 없다는 점 때문에 공개매수 가격이 낮아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주인 없는 회사 주식을 사들이다 보니 굳이 주식 값을 높이 쳐줄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전 최대주주였던 트루트라이엄프는 에스비엠 주식 285만2737주(19.22%)를 사채업자에게 담보로 맡겼다가 모두 장내에서 매도됐다.
한편 주주들은 남궁 회장이 거쳐간 기업이 상장폐지 된 사례가 많았다는 점도 우려된다고 말하고 있다. 남궁 회장은 현재 하나물산(옛 온누리에어•상장폐지), 대한종합상사, 디에이치패션(상장폐지) 등의 기업 지분을 갖고 있다. 지난 2007년 H1바이오(옛 실미디어•상장폐지), 플러스프로핏(옛 세종로봇•상장폐지)을 인수하면서 유명세를 탄 바 있다.
이에 대해 고려포리머 측은 "남궁 고려포리머 회장이 5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에스비엠에 대한 전망을 좋게 보고 있어 회사 정상화를 위해 기업을 사들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