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투자자라면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전체 투자금에서 주식 비중을 줄일 겁니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투자전략팀장과 개인적으로 만난 자리에서 나온 얘기다. 이 팀장은 부진한 증시에 대해 얘기하며 증권사 직원으로서 어쩔 수 없이 종목을 추천할 때도 있다고 털어놨다. 그가 보기엔 요즘 한국 증시는 도무지 투자할 매력이 없는 곳이다. 그래도 증권사 직원이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이런 얘기를 할 수는 없는 노릇. 이런 상황에서도 그나마 좋은 종목을 고르는 것이 그의 직업이다.

한국 증시의 부진은 이제 지나가는 초등학생도 알 정도로 뻔한 얘기가 됐다. 엔화 약세로 일본 기업의 경쟁력이 한국 기업보다 좋은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5월 들어서도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도세가 이어지고 있고, 코스피지수는 1850~2000의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당장 5월 둘째 주(5월 6~10일)에 이런 상황이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 같다. 엔화 약세 흐름이 약해질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미국과 중국 경기가 회복세라는 분석도 있지만 모두 이견이 있다. 심지어 한국 경제를 책임지는 정부(기획재정부, 통계청)와 한국은행의 경기 인식에도 큰 차이가 나고 있다. 낙관론자들의 말대로 한국 경제가 회복세일 수도 있고, 한국 증시가 5월부터 상승세에 접어들 수도 있다. 하지만 바꿔 말하면 반대일 가능성도 있다. 불확실성이야말로 가장 무서운 변수다.

이런 상황에서도 주식시장에 투자를 권해야 하는 증권사 직원들은 조금이라도 불확실성이 적은 종목과 업종을 고른다. 이번 주에 증권사 직원들은 유럽중앙은행(ECB)의 기준금리 인하에 베팅했다. ECB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0.5%로 인하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필요하면 추가 조치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며 제법 강력한 메시지를 보냈다.

증권사들은 ECB가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한국 증시에 유럽계 자금이 들어왔다는 과거 사례에 집중하고 있다. 이번에도 유럽계 투자자금이 한국 증시에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유진투자증권은 "과거ECB 기준금리 인하 시기에 업종별 반응을 보면 IT 업종이 좋았던 적이 많다"며 "IT 업종은 2분기에도 좋은 실적이 예상되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선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화투자증권도 반도체, 게임 등 IT 업종이 선진국의 리플레이션(Reflation▪통화 유동성 확대)에 힘입어 좋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증권사들도 IT 업종이 좋을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 듯하다.

5월 둘째 주에 주목해야 할 경제 일정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결정이다. 지난달 기준금리를 동결한 금통위가 다시 한 번 기준금리 동결이라는 소신을 지킬 지가 관심사다. 최근 공개된 4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금통위원들은 금리 동결과 인하를 놓고 3대 3으로 팽팽하게 맞섰다. 마지막에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동결에 표를 던졌다. 일각에선 금리 인하 의견을 3명의 금통위원이 제시한 것을 놓고 금리 인하 분위기가 만들어졌다고 평가한다. 반면 4월과 5월에 경제 상황에 큰 변화가 없기 때문에 금통위원들이 4월에 제시한 의견을 지킬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글로벌 경기 회복 속도를 가늠할 수 있는 중국과 미국의 경제 지표도 확인해야 한다. 중국 4월 수출입 동향과 소비자물가, 대출 동향이 8~10일에 걸쳐 나온다. 미국 금융기관 대출태도 서베이도 7일 발표된다. 모기지 대출 조건이 완화됐는 지가 핵심이다. 미국 주택시장 동향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