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사업비 31조원 규모의 건국 이래 최대 개발 프로젝트인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파국을 맞았다.
지금까지 투자한 4조여원을 비롯해 기회비용까지 감안한다면 피해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앞으로 예상되는 주민들의 집단 소송과 관련 기업 간 손해배상소송까지 포함할 경우 손실규모도 건국 이래 최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본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은 투자은행(IB)이 개발사업의 현금수입과 자산을 평가해 나온 수익성을 근거로 저축성 예금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빌려온 돈을 갚을 책임은 개발사업 자체의 가치와 미래에 예상되는 현금수입, 또는 일정 범위의 출자자 부담으로 한정해 사업이 진행됐다.
국내에 PF 사업이 처음 소개된 것은 1970년대 말 중동건설의 경험을 통해서다. 사업이 본격화된 것은 1998년 IMF 외환위기 이후 저금리 기조가 퍼지면서부터. 부동산 열풍이 불자 금융권은 낮아진 예금·대출 마진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해야 했고, 그때부터 PF 사업은 우후죽순처럼 전개됐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2008년 국제 금융위기로 세계경기가 위축되자, 국내 대형 부동산 개발 사업도 잇달아 중단됐다. '미래가치 개발'이라는 PF 사업의 기본 전제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를 기준으로 전국에서 사업협약이 이뤄졌던 28개 대형 부동산 PF 사업 가운데 19개 사업이 중단됐거나 표류 중이다. 380조원이 넘는 개발자금이 각종 부동산 개발 사업에 묶이게 됐다. 이는 우리나라 올해 예산 규모인 342조원보다 많다.
문제가 이렇게 눈덩이처럼 커진 이유는 무엇일까. '리먼 사태' 이후 부동산 경기가 침체한 것이 원인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한국형 PF 사업의 잘못된 구조 때문이다.
한국형 PF 사업은 과거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진행된 PF 사업과 다르게 IB가 아닌 상업은행(CB)가 주축이 됐다. 금융의 노하우가 축적된 IB와 달리 CB들은 담보 대출에만 의지해 준비 없이 PF 사업에 뛰어들었다.
게다가 한국형 PF 사업은 전문성을 갖춘 인력과 자본이 없는 부동산 개발업자가 진행했다. 은행은 담보만 있으면 돈을 빌려줬다. 부동산 개발업자는 작은 돈만 있어도 사업을 함께 진행할 대형 건설사의 지급·연대보증을 담보로 PF대출과 선분양으로 자금을 조달했다. 모든 사업비는 전적으로 시공을 맡은 건설회사가 부담한 것이다. 대형 건설사가 PF 사업 때문에 무너지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이런 기형적인 구조는 시행사가 몇푼 안 되는 돈으로도 수백억원을 남기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식 사업이 가능하게 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서 분양이 안 되고 건설사의 자금 순환도 막히면서 많은 이해 당사자가 손해를 보고 있다.
용산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한국형 PF 사업의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 개발업자는 자본금은 물론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 개발사업 참여자 간 사업이익 및 사업위험 균등 배분, 자금조달의 다양성도 확보돼야 한다. 금융기관은 건설회사의 신용도만 따지는 기업담보대출 관행을 바꿔 자금 대출에 필수적인 사업성을 세심히 평가하는데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PF 사업의 전제가 되는 투명한 규칙과 기준을 제정하고, 사업성 평가와 수행능력 평가를 공적기구가 공정히 검증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입력 2013.05.03. 13:39 | 업데이트 2021.04.11.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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