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주가 늪에 빠졌다. 연초만 해도 부동산 경기가 살아날 것이란 기대감에 상승세를 탔었지만, 예상보다 더딘 경기 회복, 그리고 대기업들의 재무 구조 악화에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상황이 반전될 만한 계기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증시 전문가들의 우려다.

금융지주 줄줄이 어닝 쇼크

우리금융지주는 1분기 213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67% 감소한 수치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평균 예상치(4080억원)도 크게 밑돌았다.

우리금융에 앞서 실적을 발표한 신한금융지주도 예상을 밑돌았다. 1분기 순이익은 481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 줄었다. 기업은행은 그나마 나았지만 예상보다 부진했던 것은 마찬가지다. 기업은행은 1분기 순이익이 지난해보다 45% 줄어든 2575억원에 그쳤다. 증권사 평균 예상치보다는 16% 아래다. 하나금융지주는 1분기 2898억원의 순이익을 냈는데, 이는 지난해보다 78% 줄어든 수치다.

보통 1분기는 은행주의 성수기라고 불린다. 2월 이사철을 앞두고 신규 대출이 많아지는 데다 직전 분기인 4분기에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쌓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은행은 부실 회계 논란이 일지도 모른다는 우려감에 연말 결산 때 상대적으로 강도 높은 회계 작업을 실시한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더구나 올해는 새 정부 효과 속에 부동산 경기가 나아질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면서 외국인, 기관 매수세가 대거 유입되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충당금이 발목을 잡았다. 1분기에만 STX조선해양, STX건설, 롯데관광개발, 쌍용건설 등이 워크아웃, 자율협약 또는 채권단과의 협의를 통한 재무 구조 개선을 추진하면서 그 역풍이 분 것이다.

우리금융의 경우 STX그룹에 479억원, 성동조선에 641억원, SPP조선에 346억원, 롯데관광에 174억원 등 총 1894억원의 충당금을 쌓았다. 용산개발 시행사 드림허브 감액 손실도 300억원 발생했다.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사업 구조를 갖고 있는 신한지주도 식사지구 집단 대출 연체와 관련해 715억원의 충당금을 쌓았고, 썬스타 등에 374억원, STX조선해양에 101억원의 충당금을 적립했다.

6월 말 대기업 신용평가 예정… 당분간 부진할 듯

금융업종지수는 지난 2월 말 이후 현재까지 7% 넘게 내렸다. 하락은 금융지주사들이 주도했다. 우리금융은 지난 3월 초 1년여 만에 1만3000원 선을 되찾았다가 다시 1만1000원대까지 밀렸다. 신한지주, 하나금융도 마찬가지다. 모두 3월 초 기록한 고점에 비해 15~20% 하락했다.

금융업종 부진의 영향으로 금융주 펀드들의 수익률 역시 저조하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금융펀드는 지난 3개월간 6.8% 손실을 내며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2.6%)을 밑돌았다.

앞으로도 6월 말까지는 주가가 부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증시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6월 말 대기업 신용재평가가 예정돼 있기 때문. 충당금 이슈는 매 분기마다 반복되고 있지만, 조선과 해운, 건설 등 일부 업종은 악화하는 속도가 워낙 가팔라 이번에도 대규모 충당금을 적립해야 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 대출 사업을 놓고도 부정적 전망이 잇따른다. 이창욱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경기가 호전된다고 해도 대출 사업이 성장할 수 있느냐 여부는 전혀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나마 투자 심리를 개선시킬 수 있을 요인으로는 우리금융 민영화를 필두로 한 은행 업종 간 인수합병(M&A) 가능성이 꼽힌다. 하지만 우리금융 민영화는 그간 여러 차례 실패했던 데다, 새로운 CEO가 민영화 못지않게 구조조정을 염두에 둔다면 주가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통상 새로 선임되는 CEO는 성장보다 건전성 관리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