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4월 미국 시장에서 역대 4월 판매량 중 최대 실적을 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는 미국 시장의 빠른 성장세를 따라가지 못하며, 여전히 지난해보다 떨어진 시장점유율을 회복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2일 현대차그룹에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지난달 미국 시장에서 전년보다 1% 늘어난 11만871대의 차를 판매했다. 현대차는 2% 늘어난 6만3315대를 판매했으며, 기아차는 작년과 비슷한 4만7556대의 차를 판매했다.

같은 기간 미국 자동차 시장은 9% 성장했다. 지난해 4월 9.3%였던 현대·기아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8.6%로 하락했다. 점유율의 경우 지난달(8.1%)보다는 다소 오른 수치는 점이 위안거리다.

4월 미국 시장 성장은 미국 브랜드가 주도했다. GM은 작년보다 11% 늘어난 23만7000여대의 차를 판매했고, 포드와 크라이슬러는 각각 18%와 11% 늘어난 21만1000여대와 15만6000여대의 차를 팔았다.

일본 브랜드의 경우 희비가 엇갈렸다. 도요타는 1% 감소한 17만6000여대의 차를 판매했고, 혼다도 시장 성장세에 못 치는 7%가 늘어난 13만여대의 차를 팔았다. 반면 닛산과 스바루는 각각 23%와 25%가 늘어난 8만7000여대와 3만2000여대의 차를 팔았다. 독일 업체의 경우 BMW와 벤츠, 폴크스바겐이 각각 8%와 4%, -3% 성장을 했다.

한편 이 날 닛산은 미국에서 판매하는 주요 7개 차종의 가격을 580~4400달러(64만~484만원) 낮추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시장에서 자동차 업체들은 보통 인센티브를 늘리는 형태로 값을 내린다. 표시 가격 자체를 낮추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일본 브랜드가 엔저(低) 효과를 본격적으로 이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철 산업연구원 주력산업팀장은 “지금까지 현대·기아차의 점유율이 떨어진 것은 공급 부족에 기인했다”이라면서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장을 추구하겠다는 정책을 이어가는 것이라 큰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일본차 업체들이 엔저를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것은 주목해야 한다”면서 “미국 시장 에서 일본차 업체들의 공세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만큼 현대·기아차는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