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항공은 지난 2월 인천공항 내에 비즈니스석 이상 승객들을 위한 프리미엄 라운지 '실버 크리스'를 열었다. 무선 인터넷·인터넷PC·신문 등이 제공되는 비즈니스센터뿐 아니라 샤워실, 마사지실까지 준비돼 있다. 싱가포르항공은 이 라운지를 포함해 앞으로 5년 동안 2000만달러를 투자해 전 세계 라운지를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날로 늘어나는 항공 수요를 잡기 위해 전 세계 항공사들은 공항 라운지에 돈을 쏟아붓고 있다. 이른바 '돈 되는 손님'인 비즈니스석·일등석 승객을 잡기 위해 공항 라운지를 5성급 호텔에 버금가는 최고급 서비스와 호화 편의시설을 갖춘 공간으로 꾸미고 있다. 공항 라운지는 단순히 업무 편의를 보는 공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힐링(healing), 재충전의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공항 라운지에 투자하는 아시아권 항공사들
고급 항공 승객을 잡기 위한 공항 라운지 경쟁은 풍부한 오일 머니를 바탕으로 한 중동계 항공사들이 먼저 시작했다. 독특한 공항 라운지 서비스 등을 바탕으로 유럽~아시아를 연결하는 장거리 노선의 경유지를 기존 싱가포르·홍콩에서 두바이·아부다비 등 중동 지역으로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랍에미리트연합의 국영 항공사 에티하드항공은 자사 허브공항인 아부다비공항 라운지에 전문 마사지사를 두고 최고급 스파 서비스를 제공한다. 1등석 라운지에는 패밀리룸을 별도로 운영해 어린이들을 위한 책·장난감은 물론 도우미까지 있어 부모 승객들이 스트레스 없이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고급 시가를 무료로 피울 수 있도록 '시가 라운지'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홍콩을 기점으로 운항하는 캐세이패시픽항공은 최근 홍콩국제공항에 있는 일등석 라운지를 새롭게 꾸며 문 열었다. 지난해 비즈니스석 라운지 개보수에 이어 올해는 일등석 라운지까지 업그레이드한 것이다. 이곳에는 고급 샴페인을 무제한 즐길 수 있는 '샴페인바'에서부터 대형 욕조는 물론 고급 샤워 시설까지 구비돼 있다. 비즈니스석 라운지에서는 즉석에서 면 요리를 끓여주는 누들바가 있다. 아이반 추 캐세이패시픽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라운지의 대대적인 정비는 최상의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한다는 우리의 약속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공항 라운지에 투자를 아끼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적 항공사들도 수면실·약선 요리 서비스 경쟁
국내 항공사들도 라운지 서비스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단순히 인터넷 PC 등을 비치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공항 라운지를 '힐링 공간'으로 만들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25억원을 들여 인천공항에 국내 항공사 최초로 수면실과 파우더룸이 포함된 여성 전용 휴게실을 도입했다. 아시아나항공도 올 하반기에 인천국제공항 비즈니스 라운지를 확장할 계획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인천공항 일등석 라운지에 약재와 음식을 결합한 산수유 돼지안심호두볶음, 황기더덕소스의 가리비 구이 등 힐링 푸드인 약선(藥膳)요리를 제공해 인기를 끌고 있다.
항공사들이 라운지에 돈을 쏟아붓는 것은 불경기 상황에서도 항공 수요는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동 항공사들의 공세적인 라운지 투자에 맞서 캐세이패시픽항공·싱가포르항공 등 기존 아시권 대표 항공사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전 세계 항공 업계 매출이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김덕영 아시아나항공 공항서비스담당 상무는 "라운지 서비스는 프리미엄 고객에 대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의 만족도를 높여주고 항공사의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