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연지동 현대아산 사옥 전경

개성공단이 사실상 폐쇄 수순에 접어들면서 현대아산이 정부에 경협사업 중단에 따른 피해보상을 요구할 계획이다. 현대아산은 개성공단 사업 중단에 따라 남북경협보험금을 신청하고 지난 2008년 북한에 몰수된 ‘금강산관광사업’에 대한 피해보상도 정부에 건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아산은 개성공단의 총개발업자로 지금까지 318억원을 들여 직원 숙박시설인 송악프라자, 주유소, 직원 숙소 등 기반시설을 건설했다. 개성공단 부지를 추가 조성하기 위해 북으로 올라간 건설자재 수십억원어치가 그대로 남아있다. 송악프라자 내 면세점 상품도 3억~5억원 정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일 현대아산 관계자는 “이르면 다음주 중 정부의 남북경협 피해보상 지원 절차에 따라 보험금을 신청할 예정”이라며 “피해액을 산출해봐야 하겠지만 최대 한도인 70억원을 신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개성공단과 별도로 금강산관광이 중단된 지 벌써 5년이 지났다. 사업 재개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때에는 (금강산관광 중단에 따른 피해보상과 관련해)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북한 당국의 수용, 송금제한, 당국 간 합의 파기 탓에 사업이 중단되면, 남북협력기금이 경협보험 가입 기업에게 손실액의 90% 내에서 최대 70억원까지 보상하도록 돼있다. 123개 입주기업 중 96개사가 보험에 가입했다. 현대아산과 지원 업체까지 포함하면 141개사가 보험금 지급 대상이다. 정부는 현재 경협보험 약관에 따른 보험금 지급 검토에 들어갔다. 정부는 이와 별도로 2일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대한 종합 대책을 발표한다.

현대아산은 금강산관광이 중단된 2008년 정부에 경협보험금을 신청하지 않았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남북관계가 개선된 후 금강산사업을 조속히 재개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했다. 보험금과 피해액의 차이가 커서 신청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2008년 당시 남북경협보험금의 지급 최대한도는 50억원. 금강산사업 중단에 따른 현대아산의 피해규모는 시설투자 7690억원, 매출손실 6297억원 등으로 총 1조3988억원에 달한다.

남북경협보험은 보험요율이 0.5~0.8% 수준으로 매우 낮다. 정부가 남북협력기금에서 보험금 대부분을 지급한다. 남북협력기금의 총 사업비는 1조3000여억원이다. 이중 지급 가능한 경협보험금은 3515억원에 불과하다. 보험금 지급대상인 141개사가 한꺼번에 보험금을 신청(9870억원)하면 지급불능 상황에 빠질 수 있다.

공단입주 기업들이 보험금을 받아 기존 경협대출금을 상환하면 남북경협 자체가 공동화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정부와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조봉현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남북경협보험은 기형적 구조를 갖고 있어 재보험 가입 등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경협보험 제도를 개선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현대아산은 개성공단 조업중단에 따른 피해보상 대정부 소송을 제기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조봉현 연구위원은 “이번 사태는 북한의 일방적 통보에 따른 것으로 정부 책임이 적기 때문에 기업이 승소할 가능성이 낮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0년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교류협력을 전면 중단한 5·24 조치 이후 일부 중소기업이 정부를 상대로 1억원 가량 손실보상 청구소송을 냈으나 모두 패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