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균 삼성전자 IT&모바일 부문 사장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플랫폼 시장 도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TV와 스마트폰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바탕으로 콘텐츠 플랫폼 공략에 나섰다. 지난달 말 갤럭시S4 발표와 함께 다양한 기기에서 쓸 수 있는 통합형 서비스'삼성콘텐츠·서비스 포털'을 선보였다. 국내 모바일 메신저 시장의 최강자인 카카는 지난달 만화·음악·전자책 등을 파는 콘텐츠 장터'카카오 페이지'를 공개했다. 카카오는 이 서비스를 내세워 세계 시장에도 도전할 방침이다. NHN은 전세계 1억4천만명 이상이 쓰는 모바일 메신저'라인'을 바탕으로 글로벌 콘텐츠 플랫폼 구축에 들어갔다.

◇삼성전자 "통합형 콘텐츠 포털로 간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말 ‘삼성 콘텐츠·서비스 포털’ 서비스를 열었다. 이 서비스는 안드로이드·윈도·스마트TV 등 운영체제(OS)와 기기에 상관 없이 삼성 제품 소비자라면 누구나 쓸 수 있는 콘텐츠와 서비스를 모아놓은 애플리케이션 스토어다. 애플 아이튠즈나 구글 플레이처럼 통합형 콘텐츠 장터를 지향한 것. 응용프로그램·음악·동영상·책 등 모든 콘텐츠가 모여있다.

지난 3월 14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라디오시티홀에서 진행된 삼성전자 갤럭시S4 공개 행사에 참가한 시민이 갤럭시S4를 사용하고 있다.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하드웨어에서 쌓은 글로벌 경쟁력을 바탕으로 콘텐츠 시장까지 진출해 하드웨어·콘텐츠 동시 석권을 노린다.

작년까지만 해도 삼성전자는 콘텐츠 별로 별도 서비스를 해왔다. 동영상·음악·전자책·게임·교육 등 5대 카테고리별로 따로 서비스를 했다. 콘텐츠 판매 서비스를 겸하고 있는 각국 통신사, 케이블 방송사와의 마찰을 피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하지만 작년 말 홍원표 미디어솔루션센터장(사장)이 취임한 이후로 통합 플랫폼을 만드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기존 전략으로는 삼성전자만의 콘텐츠 경험을 소비자에게 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전 세계 디지털 콘텐츠 플랫폼 시장은 절대 강자인 애플과 구글·아마존이 경쟁하는 3강 구도다. 이들은 모두 통합 콘텐츠 마켓을 바탕으로 소비자에게 일관된 경험을 전달하고 있다. 통합 콘텐츠 마켓이 없는 삼성전자로서는 불리한 싸움일 수밖에 없었다. 신종균 삼성전자 IM(IT&모바일)부문 사장은 지난 2월 스페인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3’ 기자 간담회에서 “TV나 스마트폰·태블릿PC를 오갈 때 부드럽게 연결되는 모바일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며 “이런 환경을 소비자가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서비스와 콘텐츠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넘어야 할 산 있지만 전방위 혁신으로 대응”

국내 기업이 플랫폼 비즈니스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은 크게 세가지다. 첫째는 콘텐츠 업계와의 관계. 고(故)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아이튠즈 동영상 서비스를 성공시키기 위해 자신이 가지고 있던 3D(입체) 애니메이션 제작업체 픽사(PIXAR) 지분을 디즈니에 넘기고, 디즈니 주식을 받는 협상을 이끌어냈다. 디즈니는 미국 3대 방송사중 하나인 ABC, 최대 스포츠 채널 ESPN 등을 가지고 있다. 디즈니 지분을 확보해 애플에 안정적으로 프로그램 공급을 하고자 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아직 이런 채널이 없다. 콘텐츠 전문가도 적다. 현재까지는 TV와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바탕으로 콘텐츠 업체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플랫폼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면 콘텐츠 업체들이 삼성전자 견제에 나설 수 있다.

둘째는 기존 콘텐츠 강자(强者)들과의 경쟁이다. 애플·구글·아마존은 현재 시장에 굳건히 뿌리를 박고 있다. 모바일 전문 애널리스트 호레이스 데디우(Dediu)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 2012년 아이튠즈 스토어에서 음악 50억달러(5조5350억원), 앱 43억달러(4조7600억원) 어치를 팔았다. 반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플랫폼 매출은 미약한 수준이다. 삼성은 플랫폼 사업자로서는 이제 막 시장에 진입한 단계이다.

마지막은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이다. 지난 10여년간 음악 콘텐츠 시장을 장악했던 아이튠즈의 위력이 주춤한 반면, 스포티파이, 판도라라디오 등 다운로드 없이 실시간으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가 각광을 받고 있다. 주문형 비디오의 강자인 넷플리스는 메이저 영화사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콘텐츠 비즈니스 경험이 적은 삼성전자가 빠르게 대응할 수 있을 지도 미지수다.

삼성전자가 내세우는 무기는 ‘융합(convergence)’ 서비스다. 삼성전자는 TV와 스마트폰 뿐 아니라 세탁기·냉장고·PC 등 모든 전자제품을 생산하는 종합 전자업체이며, 대부분 시장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다. 다양한 기기를 연결하는 융합형 서비스를 만드는 데 있어서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도 이점을 100%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TV·스마트폰·태블릿PC 등 여러 기기를 연결하고, 전세계 삼성제품 사용자들이 쏟아내는 엄청난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신종균 사장은 “모바일 성공 DNA를 태블릿PC, 콘텐츠·서비스, B2B 분야에도 적용해 새로운 성공 신화를 만들겠다”면서 “하드웨어 혁신은 기본이고 모바일 콘텐츠와 서비스 역량도 강화해 전방위 혁신으로 시장을 이끌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