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사 지하 2층 'C랩(Lab)' 사무실. 50평 남짓한 공간은 삼성전자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바닥에는 알록달록한 색상의 다양한 모양 의자가 놓여 있었고, 벽면 곳곳에는 배관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창고와 같은 모습을 한 이곳은 삼성전자가 직원들과 외부인들의 협업을 통해 창의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만든 공간이다. '창의(Creative)'의 앞글자 'C'를 따 'C랩'으로 이름을 지었다.

이날 이곳에서 만난 김한주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책임연구원, 조현길 소프트웨어센터 선임 연구원, 윤지현 무선사업부 대리 등은 C랩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이들은 작년 3월 사내에서 작은 모임을 만들었다. '삼성전자는 IT 기업이니 기술을 이용해 교육 현장의 문제를 개선해보자'는 취지였다. 이 모임은 불과 1년여 만에 100명 넘는 사람이 참여할 정도로 커졌다. 삼성전자 직원만 아니라 외부 개발자·교사·학생들도 참여한다. 지난 3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시에서 열린 대형 콘퍼런스 'SXSW 2013'에 초청돼 개발 사례를 발표하기도 했다.

원래 이들은 삼성전자 직원들만으로 교육현장에 도움되는 콘텐츠와 앱을 직접 만들려 했다. 하지만 한 달여 실험 끝에 실제 선생님들의 현장 목소리를 듣고 외부 개발자도 참여하는 '생태계'를 만드는 게 더 낫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지난달 24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지하 2층 C랩 사무실에서 김한주 책임연구원, 윤지현 대리, 조현길 선 임연구원(왼쪽부터)이 교사와 외부 개발자가 참여해 교 육 문제를 해결하는 앱 개발 생태계'빅 캠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이들은 1박 2일짜리 앱·서비스 제작 캠프(일명 '빅 캠프')를 열었다. 36시간 동안 꼬박 밤을 새우며 토론을 벌여 실제로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행사였다. 일반인들에게는 낯선 행사이지만 당일에 개발자·교사·학생 등 모두 100명이 넘게 왔다. 이날 캠프는 11개의 프로젝트 팀을 낳았다. 참가자 중 절반 이상은 이후에도 격주로 모여 '캠핑'을 했다. 9개월이 지난 현재 수행 평가 앱 '퀴즈퀴즈'는 이미 완성돼 교육 현장 중에서 사용 중이고, 3개의 서비스가 출시 준비 중이다.

'퀴즈퀴즈'는 '학생들이 정말로 이 단원을 이해했을까'라는 교사들의 고민에서 시작한 앱이다. 수업이 끝날 때쯤 교사가 미리 준비한 문제를 학생들의 스마트폰으로 보내면 학생들이 문제를 푼다. 어려운 문제는 길게 고민한다. 이 앱은 이런 고민 과정을 모두 기록한다. 교사는 이 분석 자료를 보고 각 학생들이 어떤 부분을 헷갈리고 무엇을 이해했는지 알 수 있다. 학생들의 이해 수준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도구가 생긴 셈이다. 조 선임연구원은 SXSW에서 만난 미국인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교사·학생·개발자가 함께 모여서 문제를 해결한 사례는 미국에도 없대요. 우리가 이런 생태계를 만들었다고 생각하니 무척 뿌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