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대표적인 두 경제지표가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올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분기대비 0.9%를 기록한 반면 광공업생산은 감소세로 돌아섰다. 광공업 생산이 최근 집계인 3월 통계까지 포함한 것을 감안하면 경기가 당초 예상보다 좋지 않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에 따라 '경제가 개선되고 있다'고 보는 한국은행보다 '경기를 살리기 위해 부양에 나서야 한다'는 정부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한은이 발표한 1분기 성장률 잠정치는 속보치보다 하향 조정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통계품질'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경기가 불확실하거나 경기 국면에 변화가 있을 때 두 지표가 각기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지만 그 괴리가 지나치게 크다는 점이 문제시되고 있다.

◆ GDP 증가 폭 커졌는데 광공업 생산은 후퇴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2013년 3월 및 1분기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광공업생산은 지난달 전달 대비 2.6% 줄며 석 달 연속 감소세를 이었다. 감소폭은 1년 만에 가장 컸다. 1분기 전체로는 전분기보다 0.9% 줄었다. 앞서 지난 25일 한은이 발표한 올 1분기 국내총생산(GDP) 속보치가 전분기보다 0.9% 늘며 증가폭이 확대된 것과 비교하면 상반된 흐름이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산업활동 동향은 GDP와 비교해 포괄 범위가 작고 계산 방식도 부가가치가 아닌 매출로 보기 때문에 증감폭 변동이 클 수 있다"며 "경기가 불확실할 때 두 지표가 엇갈리곤 하는데 자주 있는 현상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단 한은의 분기 GDP 속보치에 분기 마지막 달인 3월 집계가 완전히 반영되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이번 산업활동동향은 3월이 좋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성장률보다 광공업 생산이 한참 뒤처지는 것은 경기 회복세가 제조업까지 확산하지 않은데다 최근 엔화 약세 영향이 반영되기 시작한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김윤기 대신경제연구소 거시분석실장은 "GDP 구성 항목에서도 제조업은 여전히 좋지 않다"며 "3월에 자동차 파업이라는 특수 요인이 있었지만 사실 수출과 연계해서 좋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엔저 영향이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음에도 일부 업체에서 이미 가시화되며 수출 감소, 생산 위축으로 이어졌을 것으로 봤다.

이와 관련해 기재부는 최근 엔화 약세가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가시화되고 있다며, 4월 수출 증가율이 1~2% 증가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윤기 실장은 "내수에 수출마저 좋지 않다면 지표가 더 악화할 수 있다"며 "2분기 성장률은 0.9%에 못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전문가들 "헷갈린다…한은ㆍ통계청 해명해라"

한은의 GDP 속보치와 통계청의 산업활동 동향이 어긋나면서 통계당국의 통계품질에 대한 논란도 점화되고 있다. 벌써 두 분기째 괴리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지난해 4분기 GDP가 0.3% 성장에 그쳤다고 밝혔으나 통계청은 지난해 4분기 전(全)산업 생산이 전분기 대비 0.9%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전산업 생산은 농축수산업을 제외한 모든 산업의 생산활동을 지표화한 숫자로 GDP와 근접한 결과가 나오는데, 이례적으로 두 지표의 차이가 0.6%포인트나 난 것이다. 또 올해 1분기도 한은은 GDP가 전분기 대비 0.9% 상승했다고 했지만 통계청의 전산업 생산은 0.1% 상승에 그쳤다.

이한규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연구위원은 "지난해 4분기에도 두 지표의 차이가 커서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이번 분기에도 크게 엇갈렸다"며 "두 통계 모두 국가 통계인데 이렇게 어긋나게 나온다면 문제가 있다. 한은과 통계청이 모여서 충분히 논의를 하고, 왜 이렇게 다른지 해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어떤 지표를 보면서 경기를 분석해야 할지 고민이다"고도 말했다.

한은이 1분기 GDP 잠정치를 발표할 때 속보치보다 하향 조정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거시금융실장은 "GDP 속보치의 경우 3개월을 모두 보는 것이 아니라 앞의 두 달을 기반으로 마지막 달의 경제상황을 예측해 통계를 내는데, 마지막 달에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발생하면 속보치가 달라질 수 있다"며 "1분기 GDP 잠정치는 속보치보다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김현욱 SK경영경제연구소 연구실장도 "한은은 1분기 설비투자가 전분기 대비 3% 상승할 것으로 봤지만 통계청 자료에는 설비투자가 전분기 대비 3.3% 하락했다"며 "산업동향은 생산측면이고 한은 설비투자는 부가가치 측면으로 보지만 이 정도 차이가 난다면 GDP 잠정치는 속보치보다 낮아질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