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임기 1년을 앞두고 사의를 표명한데 이어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도 연임 포기를 선언하면서 이명박 정부 시절 금융권을 호령하던 '4대 천왕'의 시대가 마감됐다. 이에 따라 KB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의 차기 회장 인선 작업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에서는 양대 지주회사 회장 선임을 둘러싸고 복잡한 셈법을 따지고 있다. 양측 회장 후보군이 상당부분 겹치면서 상대방의 회장 공모가 가장 큰 변수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우리금융 차기 회장후보 1순위는 '정부 코드 맞추기'

우리금융지주 차기 회장으로는 정부가 추진하는 민영화 작업에 가장 적합한 '코드 맞춤형' 인물이 1순위라는 관측이다. 정부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면서 민영화 절차에도 정통하고 내부사정도 꿰고 있는 우리금융 출신 인물들이 후보군에 다수 포진해 있는 이유다.

우리금융 출신으로는 우리은행장과 우리금융 부회장을 지낸 이덕훈 키스톤 프라이빗에쿼티 대표와 우리은행장 출신의 이종휘 신용회복위원회 위원장 등이 물망에 올라있다. 이덕훈 대표는 지난 2008년 우리금융 회장 공모에 도전했다 막판 최종 후보 결정과정에서 고배를 마신 적이 있어 공모 준비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휘 위원장도 지원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지원한 후보들을 살핀 후 후보접수 마지막 일인 다음달 6일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이순우 현 우리은행장의 지원여부는 아직까지 미지수다.

관료출신 중에서는 임종룡 전 국무총리실장, 진동수 전 금융위원장, 전광우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등의 이름이 끊임없이 오르내리고 있다. 하지만 산은지주 회장에 관료 출신이 배제된 점을 감안하면 우리금융 회장 자리 또한 민간 출신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정책 수립에 도움을 준 학계 전문가 그룹도 잠재적인 회장 후보군이다. 산은금융지주 회장이 선임된 홍기택 중앙대 교수도 이 그룹에 속해 있다.

◆KB금융, '내부 vs. 외부' 인사 대결

우리금융에 비해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구성이 늦은 KB금융은 내부인사와 외부인사 간의 대결구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은 회장·사장·은행장 등 현직 최고경영자(CEO)들이 자동으로 차기 회장 후보가 되는 승계프로그램을 갖고 있다. 따라서 KB금융지주 사장과 국민은행장은 스스로 포기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회장 후보군에 포함된다.

외부 금융계 인사 가운데에서는 이동걸 신한금융투자 부회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한일은행에서 뱅커 생활을 시작한 이 전 부회장은 신한그룹에서 40여년을 재직하며 은행, 캐피털, 증권업 전반의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는 평가다. 박근혜 대통령 선거 캠프에 참여하며 지지를 보내는 등 이덕훈 대표와 함께 금융계의 대표적인 '친박' 인물로 꼽힌다.

관료 출신에서는 우리금융과 마찬가지 인물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다만 KB금융은 우리금융과 달리 정부 지분이 없는 민간은행인데다 사외이사들의 권한이 막강하다보니 의외의 인물이 최종 후보에 낙점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산은금융 회장을 지낸 민유성 티스톤 파트너스 회장과 황영기 전 KB금융 회장도 재도전의 의지를 보이고 있다.

KB금융 회장 공모의 최대 변수는 우리금융이다. 양 금융지주사 모두 상당수 회장 후보군들이 겹치고 있어 후보군들간의 눈치경쟁도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계 고위관계자는 "회장후보접수 마지막 날이 돼야 후보군 면면을 알 수 있을 것 같다"며 "올해는 우리금융과 KB금융이 모두 같은 시기에 회장을 공모하다보니 지원자들이 경쟁 후보군들의 일거수 일투족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