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리더가 하소연한다. '우리 직원들은 일할 때 몰입하지 않는다'고. '그러다 보니 늦게까지 일해도 생산성은 낮다'고. 그래서 많은 대기업이 개인 이메일을 막고, 특정 사이트 접속을 아예 차단한다. '강제로라도' 몰입시키겠다는 의미다. 이게 최선일까?
좋아하는 일을 하면 몰입할 수 있다는 뻔한 말은 말자. 개인의 행복을 위한 몰입을 심리학에선 '플로(Flow)'라고 부른다. 하지만 회사에서 항상 플로만을 추구할 순 없다. 조직의 성과 달성을 위한 몰입, 즉 경영학에서 말하는 업무 몰입도(Work Engagement)를 높이는 방법은 뭘까?
답은 뇌에 있다. 몰입한 사람의 뇌를 촬영한 결과 '이성의 뇌'라고 불리는 전두엽이 활발히 움직이고 있었다. 다시 말해 전두엽을 자극하면 저절로 몰입하게 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전두엽을 자극할 것인가?
◇내가 결정했다는 인식을 갖게 하라
반에서 중위권 성적을 유지하는 K군. 오랜만에 수학 문제집을 폈다. 심호흡 몇 번 하고 열공 모드에 들어간 지 10분. 부엌에서 설거지하던 엄마의 목소리가 들린다. "공부 좀 해라!" 이 말을 듣는 순간, K군은 '아~ 짜증 나'를 내뱉으며 문제집을 덮게 된다. 왜일까? 판단·통제·결정과 같은 고등(高等) 정신 작용을 담당한 전두엽은 누가 시키는 일을 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활동이 둔화한다. 그래서 경영에서 중요한 게 권한 위임(Empowerment)이다.
고객 만족도가 높기로 유명한 리츠칼튼호텔. 이 호텔에선 객실 청소원이든 도어맨이든 모든 직원이 고객을 위해서라면 사용 횟수에 제한 없이 2000달러까지 마음대로 쓸 수 있다. 모든 직원이 현장에서 일어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는 셈이다. 브라질의 셈코, 한국의 여행박사 등 출근 시간도 없고 자기 할 일을 스스로 결정하는 '괴짜 회사'들이 성공한 비결도 마찬가지다. 자율성을 극단적으로 보장했기 때문이다.
자율성은 직원들에게 목표를 부여할 때에도 효과를 발휘한다. 영업 사원에게 목표를 줄 때 '올해는 무조건 작년보다 30% 더 해'라고 지시하는 리더는 하수(下手)다. 유능한 리더일수록 객관적 기준을 제시하고 부하가 스스로 결정하도록 이끈다. 예를 들어 '다른 영업 사원들은 모두 30%씩 목표를 높였네. 시장 상황을 감안한 건데, 당신도 그 정도로 목표를 잡는 게 어떨까?'라며 묻는다. 객관적 기준이 있으면 부하 입장에서도 납득이 쉽고, 본인이 선택한 목표에 대해선 전력을 다하게 된다. 자율은 몰입을 낳는다.
◇골디락스 업무를 맡겨라
엄마의 잔소리에서 벗어난 K군은 다시 수학 문제집을 펼쳤다. 짝꿍인 전교 1등이 보는 수학경시대회 기출 문제집. 10분을 봤는데 졸음이 쏟아진다. 이유는 뭘까?
인간의 뇌는 너무 쉬운 일을 하면 따분함을 느낀다. 반대로 너무 어려운 일을 해도 뇌는 쉬고 싶어진다. 다시 말해 '적당한 긴장감'이 있을 때 전두엽은 가장 활발히 활동한다. 자신의 능력과 업무의 난이도가 '적당히' 조화를 이룬 업무를 미래학자인 대니얼 핑크는 '골디락스 업무'라고 했다. 이를 통해 몰입 단계에 도달하고 성취감을 맛볼 수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누가 봐도 객관적 전력이 최하위인 프로 구단의 감독이 '올해 목표는 우승'이라고 선언하는 순간, 선수들의 몰입도는 떨어진다. 난도가 능력에 비해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다. 반대로 우승 전력을 갖춘 팀의 감독이 '올해 목표는 4강'이라고 말하는 건 뇌를 따분하게 만드는 몰입 방해 행위일 뿐이다. 그래서 기업이 사람을 뽑을 때 가장 중요한 게 최고의 사람(Best Person)이 아닌 최적의 사람(Right Person)을 찾는 것이다. 업무용 차량을 운전하는 데 F1 출신의 카레이서를 뽑으면 서로 불행하다. 1종 보통, 무사고 10년 운전자면 서로 행복하다. 불행히도 우리 기업들은 최적(right)보다는 최고(best)를 찾는 경향이 있다.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
자기 수준에 맞는 문제집을 선택한 K군. 두 달 만에 수학 성적이 크게 올랐다. 그러던 어느 날, 방과 후 버스 안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아니, 살아가는 데 사칙연산만 알면 되지. 왜 미적분이 필요할까? 인수분해는 내 인생에 어떤 의미를 가질까?' 그날부터 K군은 수학 공부를 접었다. 왜일까? 뇌는 의미를 느낄 때 몰입하게 된다. 이때 세로토닌과 같은 긍정 호르몬이 분비되고, 즐거운 감정이 생긴다.
미국의 의료 장비 업체 메드트로닉스는 매년 고객과 직원의 특별한 만남을 주선한다. 초청받은 고객은 회사가 생산한 심장 제세동기를 이식받고 죽음의 고비를 넘긴 환자들이다. 고객의 경험담을 들은 직원들은 '내가 하는 일은 기계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생명을 구하는 일'이라는 의미를 절감하게 된다. 업무 몰입도가 높아짐은 물론이다. 평범한 리더는 일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반면 탁월한 리더는 일하는 의미를 설명한다.
"초점을 맞추기 전까지 햇빛은 아무것도 태우지 못한다." 전화기를 발명한 알렉산더 벨이 남긴 말이다. 혹시 당신의 회사는 아직도 초점도 맞추지 않은 상태에서 뭔가를 태우려 애쓰고 있진 않은가? 일의 양으로 겨루던 시대는 지났다. 몰입이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