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이 지난 16일 "공(空)매도 세력의 공격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회사를 해외에 팔겠다"고 선언한 이후 19일(거래 종가)까지 회사 시가총액이 1조2000억원이나 줄어들었다. 바이오 기업이 안정된 매출 구조를 갖기 전까지 소문에 따라 주가가 출렁거리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하지만 셀트리온은 공매도 세력의 집중 공격 대상이 됐던 것이 사실이다. 서정진 회장 역시 주가 흐름에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며 주가 방어에 힘썼다. 급기야 스스로 창업한 기업을 매각하겠다는 강수까지 던졌다. 셀트리온을 둘러싸고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공매도 세력이 공격한 첫째 이유는 '셀트리온식 회계'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바이오 의약품 복제약) 전문 업체다. 회사는 지난해 매출의 95%를 비상장 관계사인 셀트리온헬스케어(바이오시밀러 판매 법인)에 팔아서 올렸다. 3299억원 규모다. 하지만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작년 매출은 338억원에 불과하다. 그것도 관계사(셀트리온제약)에 판 것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셀트리온에서 넘겨받은 물건 대부분을 재고로 쌓아놓고 있다. 작년에 셀트리온헬스케어에 늘어난 재고자산만 2981억원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셀트리온이 매출은 올려야겠고, 해외 판매 승인은 나지 않았으니 관계사를 통해서 매출을 올리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고 해석하는 이가 많다"고 말했다. 그래서 셀트리온에 실제 매출이 없다고 판단한 일부 투자자가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보고 공매도를 했다는 것이다.
주식을 담보로 대규모 대출을 일으켰다는 것도 셀트리온의 약한 고리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 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서 회장이 지분 97%를 가지고 있는 지주회사 셀트리온홀딩스는 2006년부터 지난달 29일까지 19차례에 걸쳐 셀트리온 주식을 담보로 잡히고 우리은행, KDB대우증권, 농협중앙회 등으로부터 대출을 받았다. 담보로 맡긴 주식 수는 1003만주. 전체 발행 주식의 10%에 이른다. 셀트리온의 물류를 맡고 있는 셀트리온GSC 또한 셀트리온 주식 694만주(7%)를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 셀트리온 주식으로만 4000억원이 넘는 대출이 일어난 셈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대출을 받은 셀트리온홀딩스와 GSC는 6월까지 1800억원을 갚거나 만기를 연장해야 한다. 셀트리온홀딩스와 GSC의 지난해 순이익은 각각 135억원, 16억원에 불과하다. 현실적으로 주식을 처분해 갚거나, 추가로 주식을 담보로 맡기고 만기를 연장해야 한다. 만약 주식을 처분해 갚는다면 셀트리온 주식이 시장에 쏟아져 주가가 하락할 수밖에 없다.
실제 채권자 중 하나인 메리츠종금증권은 21일이 만기였던 주식 담보대출 29억9000만원에 대한 만기 연장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셀트리온홀딩스가 메리츠종금증권의 대출금을 전액 상환한 19일, 셀트리온의 주가는 하한가를 기록했다.
금융 당국도 공매도 세력만으로 주가를 끌어내렸는지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이다. 실적과 대출 연장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크기 때문이다.
셀트리온 김형기 수석 부사장은 "주식 담보대출의 상당 부분을 주가 방어에 썼다"고 했다. 시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주다. 이익이 많이 나는 회사라면 주가 방어에 나설 수 있지만 셀트리온처럼 회계상 이익 말고 현금 이익이 없는 경우에는 하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주가를 높게 유지해야만 하는 이면 계약을 투자자와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셀트리온은 6월 유럽에서 관절염 치료제 바이오시밀러 '램시마' 승인이 나면 의혹이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약은 지난해에만 8조원어치가 팔린 류머티즘성 관절염 치료제 '레미케이드'의 복제약이다. 하지만 국내 제약사 한 CEO는 "승인이 나도 1~2년간은 기다려야 매출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램시마가 유럽 허가를 받으면 선진국 시장에서 처음으로 시판되는 바이오시밀러가 된다. 처음 열리는 시장이어서 바로 오리지널 제품을 대체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말이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7월 국내에서 먼저 램시마 승인을 받고 11월 출시했지만, 올 1월까지 3개월 보험 청구액이 2400만원에 그쳤다.
회사는 "최근 대형 병원의 처방이 늘어나 자체 집계로는 누적 판매액이 10억원을 넘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