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는 유죄(有罪)일까.
코스닥 시가총액 1위 셀트리온(068270)의 서정진 회장이 지난 16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공매도 세력 때문에 지쳐 회사를 외국 기업에 팔겠다"고 선언했다.
기업가로선 자살과 같은 매각 선언이 돌연 부각되기는 했지만, 사실 이날의 선언은 그가 지난 1년 동안 벌여온 전쟁(戰爭) 과정에서 벌어진 '특이 상황'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서 회장은 지난 1년간 '공매도 세력'이란 보이지 않는 적에게 전쟁을 선포한 채 수많은 승부수를 던져왔고, 그 전쟁의 결과는 증권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그런 서 회장이 '못살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공매도 세력에 패배를 선언하고 도망간 것일까. 아니면 이조차도 최후의 승부수일까. '공매도'란 단어에 증권가가 끓기 시작했다.
◆ 회사가 잘못돼야, 나라가 잘못돼야 돈 버는 구조
공매도(空賣渡)란 일단 주식을 빌려서 매도한 뒤 나중에 매수해 갚는 투자법이다. 예를 들어 현재 주가가 1000원일 경우 주당 1000원에 주식을 빌려 판다. 나중에 이 주식 주가가 800원으로 내려갈 경우 증시에서 주당 800원에 주식을 사서 갚으면 200원의 이득을 얻는 방식이다.
문제는 주가가 하락해야 돈을 번다는 점이다. 공매도 투자자 입장에서는 회사가 잘못되거나 혹은 나라 경제·세계경제에 안 좋은 일이 일어나서 주가가 떨어지는 것이 자신의 돈을 불려주는 셈이다.
회사나, 경우에 따라선 자신의 나라가 망했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갖게 만드는 이런 투자가 윤리적으로 혹은 정책적으로 옳은 것일까? 실제로 이 때문에 지난 2008년 세계 금융 위기가 벌어졌을 때 공매도의 정당성이 문제가 됐고, 여러 나라가 앞다퉈 공매도 규제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논란에도 대부분의 나라가 결국은 공매도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경제 논리' 때문이다. 돈을 빌려서 주식을 살 수 있으면 주식을 빌려서 팔 수도 있어야 하며, 이런 투자 방법을 시장에서 받아줘야 시장이 커진다는 것이다. 기업이 정말 튼튼하다면 공매도가 있어도 주가는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사실 주가가 하락하는 상황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펀드 등은 대부분 공매도가 있어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도 필요하다고 한다. 결국 기관 투자자에게 공매도는 위험을 피하기 위한 '안전장치'로, 이런 기본 제도가 없을 경우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을 떠날 것이라고 한다.
◆ 셀트리온의 전쟁
셀트리온의 경우 작년 3월부터 "셀트리온이 중국 임상에 실패하면서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루머가 돌며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했다.
이 루머를 공매도 세력이 악의적으로 퍼뜨려 주가를 하락시키려 한다고 판단한 서 회장은 전쟁을 선포했다. 쉽게 말해 공매도 세력이 주가를 떨어뜨리려 한다면, 주가를 올려서 이들이 손해를 보게 하겠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주주에게 공짜로 주식을 나눠줬다(무상증자). 자체로도 주가 부양책이지만 주식을 받으려는 주주는 공매도 세력에 빌려줬던 주식을 일단 받아야 한다는 점을 내다본 전술이었다. 자사주도 매입해 주가를 받쳤다. 일단 주가는 상승하며 공매도가 사그라지는 듯했지만 효과는 얼마 가지 않았다. 셀트리온은 11월엔 사법 당국에 수사 의뢰를 한 후 공매도 세력에 협조하는 소액주주에게도 불이익을 주겠다고 선언했고, 12월엔 여러 주식을 하나로 합치는 주식병합을 선언했다. 주식병합을 하려면 역시 빌려줬던 주식을 다시 받아야 한다.
약 1년 동안 (무상증자로) 주식 수를 50% 늘렸다가 반으로 줄이고(주식병합) 주식을 배당하고 자사주를 사고, 투자자 고발 선언을 하고…. 셀트리온의 전쟁에는 모든 수단이 동원됐다.
그럼 그 결과는 어땠을까.
사실, 서회장의 매각 발표 이전까지만 해도 셀트리온의 공매도 투자자들은 약 40%의 손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매각 발표가 있고 나서 오히려 셀트리온의 매출구조와 자금조달이 적정했는지 여부로 화제가 옮겨지면서 주가가 급락, 오히려 공매도 세력에 수익을 안겨주는 결과가 됐다. 최근 1년간 셀트리온 공매도 물량은 1038만8907주, 평균 공매도 가격은 3만2623원이다. 현재 주가와 비교하면4% 정도 이익을 내고 있다.
공매도세력 입장에선 "바로 이런 매출구조와 자금조달 문제 때문에 주가가 고평가 됐다고 보고 공매도 한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셀트리온 입장에서는 앞으로 실적으로 이런 의구심을 씻어버릴 수 밖에 없다.
◆ 공매도는 주가와 정말 상관이 클까
증시 전문가들은 일반적인 경우만 보면 공매도와 주가의 상관관계가 크지 않다고 전한다. 최근 1년(2012년 4월 19일~2013년 4월 19일) 동안 전체 거래대금에서 공매도 거래대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100개 기업 중 현 주가가 평균 공매도 가격보다 높은 곳이 60개사에 이른다. 공매도가 많은 기업의 60%는 공매도 투자자가 오히려 손해를 보고 있다는 의미다.
최근 1년 동안 공매도 거래대금 비중이9.4%에 이르는 롯데제과는 평균 공매도 가격이 160만8498원이지만, 현 주가(19일 종가 기준)는 192만5000원이다. 한미약품(128940)은 공매도 세력이 44%의 손해를 보고 있다. 공매도 가격은 8만원대인데, 현 주가는 2배 가까이 높다. 농심(004370), CJ(001040)등도 공매도 세력이 큰 손해를 내고 있다.
여기에 대해 전문가들은 크게 3가지 이유를 댄다.
첫 번째로 업틱룰(up-tick rule).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업틱룰이 있어 공매도가 주가를 직접적으로 끌어내리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한다. 업틱룰이란 주가보다 높은 가격에만 공매도할 수 있는 제도다. 예를 들어 주식이 1만원에 거래되고 있다면, 1만100원 등 1만원 이상에만 매도 주문을 넣을 수 있는 식이다.
두 번째로 공매도 투자자들은 주식의 원래 주인이 배당 등의 이유로 주식을 돌려달라고 요청하면 돌려줘야 하기 때문에 공매도 효과는 단기간에 그칠 수밖에 없다. 강종만 금융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공매도로 인해 단기적으로 주가가 하락할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꾸준히 주가를 하락시키는 요인이 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세 번째로 한국은 주식을 빌려서 매각하는 차입 공매도만 허락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공매도를 위해서는 주식을 증권사 등을 통해 빌려야 하는데 최근에는 공매도할 주식을 빌리기 쉽지 않다는 것이 증시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 일단 불법부터 막아라
공매도가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양론이 있지만, 공매도 제도가 엄격하고 투명하게 운영돼야 한다는 데는 이론이 별로 없다.
셀트리온의 경우 '전쟁'의 계기가 된 것이 '루머'였다. 개별 종목을 공매도한 뒤 헛소문을 유포하는 투자자들을 적발 및 처벌하는 방안은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금융감독 당국의 한 관계자는 "악의적인 루머를 퍼뜨려 차익을 얻는 불법 공매도 세력은 다른 투자자들에게 큰 피해를 준다는 점에서 반드시 막아야 한다"며 "한국의 감시 시스템이 인위적인 주가 급락을 적발하는 쪽으론 발달하지 않아 조금 더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규제 수준이 선진국보다 강하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느슨하게 운영되고 있어 불법 공매도가 판을 친다는 지적도 있다. 공매도 주식 수가 발행 주식 수의 0.01%를 초과하는 투자자에 한해 인적 사항과 투자 종목 등을 금융감독원에 보고하게 하는 '공매도 포지션 보고제'는 투자자가 지키지 않아도 별다른 제재 사항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