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준, 조셉 H. 리 지음 지식노마드 368쪽 1만6000원

'거북이는 잠자지 않는 토끼를 이길 수 있는가?'

이 책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던 상식을 깨뜨리고 뒤집어 보는 책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옳다고 느꼈던 금융 상식이 때로는 얼마나 비합리적이고 위험한지를 하나하나 논증해 준다.

예를 들어 지난 25년간 우리나라에서 1년 정기예금과 주가지수에 복리로 투자했을 경우 누적수익은 둘다 1900%로 비슷하다. 한국에서 주식 투자를 한 사람들이 '하이 리스크 로우 리턴'이라는 바보의 선택을 했든지, 예금 중독자들이 '로우 리스크 하이 리턴'의 공짜점심을 누리는 비상식적인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이 책은 바로 이런 비상식적이고도 어쩌면 위험할 수 있는 잘못된 금융 상식을 파헤쳐보는 데 의미가 있다. 저자는 지난 금융 버블의 절정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월가에서 직접 체험한 두 젊은이들이다. 한 마디로 한때 '승자'의 입장에 섰던 사람들이다. 이들은 금융 약자인 개인들은 어떻게 자산을 지키고 미래를 설계할 지 고민해야 한다고 전한다.

저자들은 금융시장을 상대하며 깨달은 점들을 행동경제학의 최신 성과와 접목해 풀어낸다. 때론 경제학을 넘어 플라톤을 얘기하고 재즈와 클래식 음악에 빗대기도 하며 자신의 부끄러운 실패담도 녹였다. 간혹 애널리스트나 펀드 매니저가 왜 월급을 받는지 비판하며 세상을 한탄하기도 한다.

1장부터 3장까지는 금융시장의 원리와 함께 개인이 금융시장에서 빠지기 쉬운 오류와 편향을 지적한다. 자신만의 대응전략과 리듬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한데, 이때 꼭 점검해야 할 원칙과 단계도 제시한다. 또 4장에서는 누구나 공포에 빠지는 대세 하락장 이야말로 금융 거인들이 비틀거리는 시기이자, 개인이 금융에 투자해서 이길 수 있는 최고의 기회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 책은 월가에서 온 저자들로부터 뭔가 짜릿한 한방을 기대하기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여태 내가 알았던 금융 상식을 점검하고 나만의 투자 원칙과 계획을 세우는데 도움이 된다. 어쩌면 거북이는 잠자지 않는 토끼를 이길 수도 있다는 데 이 책의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