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정부와 금융통화위원회의 경기인식이 다르다는 지적에 대해 "정부와 (한은의)정책기조는 거의 차이가 없다고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이번달 금통위가 시장의 예상과는 달리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에 대해서는 "통화정책은 최소한 6개월, 길게는 1년을 봐야 한다"며 지난해 두차례에 걸쳐 이뤄진 기준금리 인하에 대해 강조했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와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춘계회의 참석차 워싱턴을 방문 중인 김 총재는 18일(현지시각) 워싱턴 특파원단과의 간담회에서 "지금 당장 어려운 곳이 어디냐를 살펴보니 중소기업이라고 해서 3조원 규모에 달하는 총액대출한도 확대라는 엄청난 조치를 내놓았다"고 설명했다.

김 총재는 지난 11일 금통위에서 기준 금리를 동결한 이유에 대해 "지난해 7월과 10월 2차례에 걸쳐 금리를 0.5%포인트 내려서 통화정책을 어느 정도 이완했다"며 "통화정책은 최소한 6개월, 길게는 1년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아직은 지난해 금리 조정에 대한 효과를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그때까지는 그 효과를 보면서 필요하면 또 (금리 조정을)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총재는 "중앙은행으로서는 경제를 중장기적(over the medium term)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며 "국가의 잠재성장률은 중장기를 보는 것이지 당장 내일을 보는 게 아니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민간에서 돈이 없다면 돈을 내겠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라며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면서 국채를 발행하면 금리가 많이 올라갈 수 있는데 중앙은행만 모른 척할 수는 없다"고도 말했다.

한편 김 총재는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관계가 불편해진 것 아니냐는 질문에 "사적으로는 더는 가까운 사람이 많지 않을 정도로 30년간 계속 만나왔다"며 "공적인 부분에서는 정부는 정부 나름의 분석이 있고 우리도 그렇기 때문에 그렇게 조화를 이뤄가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국 경제의 디플레이션과 저성장 고착화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는 "현재 디플레이션이라고는 보기 어렵다"면서도 "실질 성장이 오랜 기간 낮아지면 성장잠재력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에 이는 분명히 걱정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