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로또복권 1등 당첨금은 12억7000만원, 세금 33%를 떼고 받으면 8억5000만원이다. 요즘 은행 정기 예금(연 2.8%)에 넣어 놓으면 한 달에 이자로 200만원을 채 못 받는다. 저금리 탓에 로또로도 '인생 역전'이 불가능한 셈이다. 은퇴자나 예비 은퇴자들에게 요즘 같은 저금리 상황은 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최성환(한화생명), 박기출(삼성생명), 김경록(미래에셋) 등 국내 대표 금융사의 은퇴연구소장 세 명을 만난 자리에서 저금리 시대의 은퇴 준비 전략부터 물어봤다.

―예비 은퇴자들의 마음가짐은 어때야 하나

박기출: 금리가 떨어질수록 일의 가치가 올라가게 된다. 월 500만원 받던 사람이라도 퇴직 후 다른 일자리를 구할 때 200만원 일자리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에이, 200만원밖에 안 줘'라고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 재취업을 해 월 200만원 현금 흐름이 생긴다는 것은 8억~9억원 은퇴 자산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김경록: 비용도 줄일 생각을 해야 한다. 한 달 생활비 10만원을 아끼면 은퇴 자산 4500만원이 덜 필요하다. 별로 타지도 않는 자동차도 구조 조정 리스트에 올릴 수 있다. 괜히 평수 넓은 집에서 살 필요도 없다. 관리비 월 20만원 차이가 대수롭지 않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은퇴 자산으로 치면 9000만원 정도의 가치다.

은퇴연구소장들은 여유자금의 많고 적음을 떠나 하루라도 빨리 은퇴 준비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 왼쪽부터 박기출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장, 최성환 한화생명 은퇴연구소장, 김경록 미래에셋 은퇴연구소장.

최성환: 저(低)자산가치, 저고용 시대인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거기에다 오래 살아야 한다. 준비를 빨리 시작해야 한다. 20대에 은퇴 준비한 사람과 40대에 은퇴 준비를 하는 사람은 엄청난 차이가 난다.

:나 같은 경우 첫 직장을 미국에서 시작했는데, 출근한 지 일주일도 안 돼서 퇴직연금 사업자 3명이 찾아와서 '자산을 맡기면 굴려 주겠다'며 은퇴 교육을 해 주더라. 이제 갓 직장인이 된 사람한테 은퇴 준비를 하라고 해서 당시엔 황당했는데, 우리나라도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

: 중(中)위험 중(中)수익 상품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다. 정기 예금으로는 방법이 안 나온다. 4~6%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해외 채권형 펀드, 안정형 변액 연금도 고려해야 한다.

: 3가지를 명심하라. 은퇴 준비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고용가능성지수'도 높여야 한다. 자격증을 따든 뭐를 하든 최대한 일할 준비를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자기 중심적이어야 한다. 자식이 내 노후를 책임져 주지 않으니, 자식에게 너무 많은 투자를 하지 말아야 한다.

―30대 초반 직장인들에게 주는 조언은

: 대개 젊었을 때는 적립식 펀드 100%로 투자하곤 한다. 직장에서 첫 월급을 받아서 어떻게 자산 배분을 하느냐가 상당히 중요한데, 이때부터 투자 자금의 20%는 연금 상품에 넣는 게 좋다.

: 종잣돈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저금리 시대라고 해도 돈이 있어야 돈을 벌 수 있다. 30대 초반부터 자산 설계를 해 주는 전문가를 찾아서 컨설팅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설프게 친구와 상의하는 것으로는 안 된다. 자산의 대차대조표, 월급의 현금 흐름을 들고 가서 제대로 진단을 받아 봐야 한다. 요즘 금융사들이 대부분 공짜로 해 준다.

: 30대 초반이라고 하면 적어도 50년은 더 활동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되, '데이트해야 하니 우선 자동차는 뽑아야 한다'는 생각은 위험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은퇴 강의를 가면 어떤 말로 시작하나

: 은퇴 준비라는 말을 들으면 돈부터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 노년학의 연구 결과를 보면 노후의 행복을 결정하는 핵심 인자는 건강, 일, 사회적 관계다. 돈도 꼭 필요하고 중요하지만, 은퇴 이후의 삶을 좀 더 균형 있게 보시라는 말부터 시작한다.

: 은퇴를 영어로 하면 리타이어(retire)인데 타이어(tire)를 갈아(re) 끼우는 것 아니냐. 타이어를 갈아 끼우는 게 뭐 별거냐. 문제는 새 타이어를 갈아 끼웠을 때 불안할 거냐, 설렐 거냐는 거다. 얼마나 준비가 되어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준비된 은퇴는 설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