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2011년 중반부터 공격적 금(金) 투자를 주도했지만, 투자 성적이 영 신통치 않다. 국제 금값의 하락 탓에 4700억원에 이르는 투자 손실을 보고 있다.

15일 한은에 따르면 한은은 2011년 7월 외환 보유액으로 금 25t을 12억4000만달러에 사는 등 2011년 중반 이후 현재까지 5차례에 걸쳐 금 90t을 47억1000만달러에 샀다. 이는 한은의 전체 금 보유량 104.4t의 86%에 해당하는 것이다.

김 총재가 주도해 더 사들인 금의 매입 단가는 온스(약 31.1g)당 1627달러로 추정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12일 뉴욕 시장에서 금 현물 가격은 온스당 1483달러를 기록했다. 2011년 7월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이다. 이에 따라 김 총재가 취임 후 매입한 금 90t의 평가 손실액은 4억1880만달러(약 4700억원)에 달한다. 투자 수익률로 따지면 마이너스 8.9%이다.

김 총재는 취임 초기에는 금 투자에 부정적이었지만, 외환 보유액이 3000억달러가 넘어가면서 투자 다변화 차원에서 금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한 금통위원은 "금 매입에는 금통위가 개입하지 않았고, 총재가 매입 후에 사후 설명을 하는 정도였다"고 말했다.

국제 금값은 2011년 9월 한때 온스당 1900달러까지 치솟으면서 김 총재의 금 투자가 성공적이란 평가가 나오기도 했지만, 그 후 전반적 하락세로 돌아서 김 총재가 '뒷북' 투자에 나선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 총재가 취임했을 당시인 2010년 4월만 해도 금값은 온스당 1110달러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전임 이성태 총재는 금 가격의 변동성이 너무 심해 안정적 투자를 해야 하는 중앙은행으로선 적절치 않다며 금 투자를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외환 투자 다변화 차원에서 장기적 안목으로 금을 매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금값 움직임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