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불안정한 미래경영환경에 대비해 올해 현금성 자산을 대거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어려울 때를 대비해 미리 '곳간 채우기'에 나서는 것이다.

경기 전망이 밝지 않은만큼 기업들이 투자를 줄이고 현금을 보유하려는 성향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현금성 자산이 증가하는 것은 경기 전망과 관련이 깊다고 얘기한다. 기업의 수익성이 나쁘지 않은데도 수요에 대한 믿음이 없다 보니 투자를 보수적으로 하면서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 기업 85% 현금성자산 늘려

12일 증권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의 분석 자료를 보면, 유가증권 시장과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212개사의 올해 현금성 자산규모는 165조667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98조4992억원에 비해 67.58% 증가한 수치다. 집계 대상에 포함된 상장사들은 증권사들이 현금성 자산 추정치를 밝힌 곳이나 사업보고서를 공시한 곳이다.

2011년 이들 기업의 현금성 자산은 102조152억원으로 지난해 3.45% 줄다가 올해 다시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금성 자산은 현금뿐 아니라 수표, 당좌예금, 보통예금 및 큰 거래비용 없이 현금으로 전환이 쉬운 자산을 의미한다.

주요 기업별로 보면 삼성전자(005930)의 올해 현금성 자산이 지난해보다 121.5% 증가한 41조6235억원으로 가장 많을 것으로 추정됐다. 이어 현대차가 지난해보다 139.83% 늘어난 16조2112억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SK(034730)도 12조5049억원(74.99%) 늘어날 전망이다.

이밖에 포스코(5조145억원ㆍ7.14%), 현대모비스(012330)(4조7350억원ㆍ69.34%), 기아차(3조9143억원ㆍ105.66%), SK이노베이션(096770)(3조5306억ㆍ24.81%), 롯데쇼핑(023530)(2조9142억원ㆍ212.02%) 등도 현금성 자산이 많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기업집단에 속한 대표 상장사들의 현금성 자산이 많았고 증가폭도 확실히 두드러졌다.

코스닥 상장사 중에는 GS홈쇼핑의 현금성 자산이 2742억원으로 작년보다 36.78% 증가할 전망이다. 실리콘웍스(2524억ㆍ118.55%), CJ(001040)E&M##(2366억ㆍ43.09%) 등도 현금성 자산이 많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전제적으로는 212개 기업 중 181곳(85%)이 올해 현금성 자산이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작년 212개 기업의 절반인 106곳의 현금성 자산이 전년에 비해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큰 폭의 증가다.

작년의 경우 투자활동이 늘어나면서 현금성 자산이 줄었지만 올해는 기업들의 투자활동이 급격히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 경기전망 우울, 곳간부터 채우자

기업들이 이처럼 현금성 자산 확보에 힘을 쏟는 것은 경기 전망이 우울하기 때문이다. 보통 현금성 자산은 신규투자를 위한 예비자금으로 쓰이는데 기업들이 신규투자에 나서기보다 여유자금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는 것이다.

정부가 전망하는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2.3%다. 정부는 지난달 성장 전망을 3.0%에서 2.3%로 0.7%포인트 낮췄다.

한국은행도 지난 11일 경제성장률 전망을 기존 2.8%에서 2.6%로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그나마 민간에선 LG경제연구원이 3.4%, 현대경제연구원이 3.1%, 한국금융연구원이 2.8%로 예측하고 있다.

정부는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있는데다 재정 투입이 없으면 하반기 큰 충격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기업 투자 역시 경기와 함께 진행되는 특성이 있어 경기가 본격적으로 살아난다는 확실한 전망이 없다면 쉽게 살아나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했다.

이성권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외 경기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기업들이 전반적으로 설비투자를 극도로 자제하고 최대한 유휴자금을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익선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전기전자, 자동차, 화학 관련 주요 대기업들의 투자계획은 공격적이지 않다"며 "우리 기업들의 자금 부동화 현상은 최소 올해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