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에 있을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 관행 실태 조사와 9월부터 진행될 납품업체에 다른 대기업과는 거래하지 못하도록 하는 전속 거래 요구 관행에 대한 조사는 결코 형식적이지 않을 것입니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1일 "정부 차원에서 추진 중인 실태 조사가 간단치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기업이 일방적으로 납품 단가를 인하하거나 다른 대기업과 거래를 못 하게 만드는 사례에 대해 제대로 살펴보겠다는 뜻이다.
그의 말에는 재벌 기업 오너들에게 확실한 불공정 실상을 보여주겠다는 의도가 내포돼 있다. "정몽구 회장같이 오너들은 숫자만 보지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몰라요. 오너들이 실무 현장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안다면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겁니다."
서울 서초구 우면동 자택에서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윤 장관은 복장만큼이나 편안하고 거침없이 말했다. 연일 계속된 강행군에 "감기 기운이 조금 있다"고 했다.
윤 장관은 "오너들이 현장 상황을 모를 때는 개선하라는 지시도 할 수 없지만 정부가 실태 조사를 해서 적나라한 행태를 알리면 사정이 달라질 것"이라며 "그게 무서운 것이고 정부가 노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장관의 이 말은 대기업과 중소 납품업체 간의 투명한 거래 풍토를 만드는 데 총수를 직접적으로 압박하는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의미다.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한 뒤에도 관행이 바뀌지 않는다면 오너들에게까지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뜻으로 읽혔다.
윤 장관은 지난 4일 열린 30대 그룹 간담회 때 보인 대(對)기업 유화 제스처에 대한 의미도 설명했다. 그는 "경제 민주화가 퇴색된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는데, 경제 민주화는 그대로 추진한다"면서 "그렇다고 해서 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않으면 안 되니 다독거리면서 가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공기업 CEO(최고경영자)의 진퇴도 거론했다. 윤 장관의 '정중동(靜中動·조용한 가운데 어떠한 움직임이 있음)'이란 말로 현 상황을 설명했다. "임기가 다 끝난 자리엔 후보를 올렸고, 곧 마무리되는 사람들은 누가 적임자인지를 풀을 짜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관료제 문화에 젖어 있고 현장을 모르는 공기업의 문제점을 질타했다. "무역보험공사 지역본부장이 현장에 가는 횟수를 뽑아보니 한 달에 9번밖에 안 되더군요. 은행지점장은 얼마나 찾아다니겠어요? 현장을 가라는 게 무슨 의미인지 CEO들이 가르쳐줘야 해요."
윤 장관은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참여는 서두르지 않겠다고 했다. TPP는 미국이 주도하는 다자간 FTA(자유무역협정)다. 중국이 한·중·일 FTA와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주도권 잡기에 나서자 미국이 중국을 배제하고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15일엔 일본이 참여를 선언했다.
5월 대통령 방미 때 선물로 TPP 참여 선언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질문엔 "그렇게 쉽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미국도 우리한테 맡겨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쇠고기 파동을 겪으며 미국도 우리 상황을 이해했으며, 지금도 재촉하는 입장은 아니라는 것이다.
30대 그룹의 건의 사항 가운데 항공기 수입 때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를 받지 못하는 점은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는 "제조업과 서비스업 차별을 두지 말자고 하는데 이 건은 타당하다"며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에너지 분야와 관련해서는 "자주개발률 높이기에만 집착한 과거 정부 전략은 맞지 않다"면서 "이젠 내실을 다질 때"라고 말했다.
오랜 지역 갈등 현안인 밀양송전탑 건설 문제도 언급했다. 윤 장관은 "음식점에서 손님이 짜다고 하면 짠 것"이라며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밀양 주민 입장에서 생각해서 파격적인 안을 내놓고 타결점을 찾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