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이 자사 주식을 팔았다. 임원이라면 회사 내의 정보를 많이 알고 있을 텐데 임원이 팔았다는 것은 뭔가 회사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나도 팔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증시 속설 중에도 임원의 매매를 따라 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이것은 사실일까?

조선비즈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주요 200개 상장사(코스피200 구성기업)의 최근 3년간 임원 매매 그리고 주가를 분석했다. 결과부터 보면 임원의 매매와 주가 상승 여부는 큰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원 직급의 성향상 업황 악화가 불 보듯 뻔하더라도 의무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임원들이 한꺼번에 주식을 팔기 시작하면 그 종목은 조만간 급락하는 경우가 비교적 많았다. 다수의 임원이 주식을 팔 때는 조심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 셈이다.

◆ '임원 매수는 주가 상승' 공식 안 맞는 이유는

조사에서는 한 달 안의 기간에 2명(10대 그룹 계열사는 3명 이상) 이상의 임원이 동시에 매수 혹은 매도한 두 달 후 주가는 어떻게 됐나를 알아봤다.

코스피200 종목 임원의 주식 매매 중 이런 경우는 총 472건이었다는데, 이 가운데 임원들이 매도한 뒤 두 달 후 주가가 하락한 경우, 그리고 임원들이 매수한 뒤 두 달 후에 주가가 오른 경우는 53%인 249건이었다. "임원이 팔면 같이 팔고, 매수하면 같이 사야 한다"는 증시 속설이 꼭 들어맞지는 않았던 것이다.

이는 크게 세 가지 이유 때문으로 분석된다.

①스톡옵션

예를 들어 삼성전자(005930), NHN(181710)같이 주가가 꾸준히 오른 기업은 임원이 스톡옵션을 행사한 뒤 곧바로 매도하는 경우가 많았다. 주가가 오르든 내리든 임원 개인 입장에서는 이익을 낼 수 있기에 굳이 주가를 전망하며 매매하지는 않은 것이라고 추측된다.

②임원이란 위치의 특성

실적이 크게 악화된 기업은 임원들이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자사주 매입에 동원되는 사례가 많았다. 일부 상장사는 재무구조가 취약해 주가가 당분간은 부진할 것 같은데도 다수의 임원이 같은 날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인 경우가 있었다. 상장사 중 한 곳은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자 2010년 5월 25명의 임원이 한꺼번에 주식을 매수하는 일도 있었다. 이런 경우는 어쩔 수 없이 매수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증시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③퇴직

주가 움직임과 상관없이 선임 직후 주식을 매수하고 퇴임 직전 주식을 매도하는 임원들이 있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퇴직 직전이면 눈치를 덜 보게 된다"고 말했다.

◆ 여러 명이 한꺼번에 매도하면 급락하는 경우 많아

하지만 비교적 잘 들어맞는 상황이 하나 있었다. 다수의 임원이 약간의 시차를 두고 주식을 매도하기 시작하면 머지 않은 시간에 급락하는 일이 많았다. 4명 이상의 임원이 동시에 주식을 판 뒤엔 두 달 후 주가가 5% 이상 떨어져 있는 경우가 70%에 가까웠다.

2011

년 1월 STX(011810)는 임원 A씨 등 5명이 한꺼번에 주식을 판 뒤 주가가 3만5000원대에서 두 달 뒤 2만원대 중반으로, 그리고 그해 연말 1만원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현대위아(011210)도 2011년 6월 상장 직후 임원들이 주식을 팔자 잘 나가던 주가가 일시적으로 하락 전환했고, 코웨이는 지난해 9월 임원 B씨의 지속적인 주식 매도 후 급락했다. LG디스플레이(034220)도 지난해11월 C씨 등 다섯 명의 임원이 주식을 판 뒤 3만원대 중반이었던 주가가 올해 1월 16일 2만7200원까지 떨어졌다. 2000년대 중반 이후 꾸준히 오르기만 하던 오리온(271560)은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임원들이 지속적으로 주식을 팔았다. 이후 오리온은 한 달 만에 20% 가까이 빠졌고 최근에서야 반등했다. 엔씨소프트(036570), 알앤엘바이오는 창업주가 주식을 판 뒤 급락한 사례다.

한편 KT&G와 SK텔레콤(017670), KB금융, KT, OCI, 한진해운홀딩스, 동국제강 등의 임원들은 최근 3년간 주식 매매가 거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