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국은행이 경기인식과 통화정책에 대해 거의 정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어 '엇박자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경기부진 극복을 위해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조화를 이뤄도 시원찮은 판에 혼선을 빚고 있어 경제정책의 추진력 및 효과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상황이 어찌됐건 한은 금통위의 독립적인 결정은 존중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정부와 한은간 엇박자 논란의 출발점은 극명하게 갈리고 있는 경기인식에서 비롯된다. 한은은 11일 예상 밖 기준금리 동결을 발표하면서 경제성장세가 개선되는 상태를 보이고 있다고 밝힌 반면 정부는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4분기까지 7분기 연속 0%대를 기록하는 등 경기가 심각한 상황으로 판단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부의 재정정책과 한은의 통화정책이 겉도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과 부동산종합 대책 등으로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추진하고 있는 반면 한은은 시장의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6개월 연속 동결하는 조치를 취했다.

◆ 추경 편성 등 경기부양 나선 정부 vs 금리 동결 한은‥'경기 인식 달라도 너무 달라'

정부는 경제성장률이 전분기대비로 2011년 2분기부터 7분기 연속 0%대를 기록하는 등 전반적으로 경기가 침체한 상황이라 경기 활력을 높일 적극적 정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추경 편성과 함께 금리도 인하해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함께 써야 한다는 시각이었다. 이런 정책들이 없다면 올해 성장률은 당초 전망한 3%에서 2.3%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세계 경제가 적어도 5년동안은 저성장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며 "돌발 변수가 발생해도 충격을 느끼지도 못할 정도로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한은은 올해 성장률을 정부보다 높은 2.6%로 전망했다. 정부가 얘기한 세입 결손액 12조원을 감안하지 않은 것이라고는 하지만 전분기대비 성장률이 1분기 0.8%, 하반기에는 1%까지 높아질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봤다. 뿐만 아니라 이제는 물가를 걱정해야 할 때는 인식까지 드러냈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이날 기준금리 동결 후 브리핑에서 "경제성장세가 개선되는 상태를 보이고 있다"며 "정부의 복지정책(에 따른 물가 하락)효과가 0.3~0.4% 정도되기 때문에 (학교급식비, 보육비 지원 등 복지정책 확대에 따른 물가 하락 효과가 사라지는 올해 하반기)소비자물가상승률이 3%대 초중반은 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총재는 "7개월째 0% 성장률이라는 것은 전분기대비와 전년동기대비를 혼동하기 때문에 (너무 낮게 보는 식으로)오도할 여지가 있다"며 "우리나라의 성장잠재력으로는 (전분기대비)0%와 1%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상태인데 세계 경제가 이렇게 나쁜 상황에서 1%대로 성장하라고 하는 게 적절한 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7개월 연속 0%대 성장률을 언급한 게 바람직하지 않으며, 현재 상황에서는 0%대 성장률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을 내비친 것이다.

◆ 정부, 불편한 기색…"한은, 성장률 전망치 낮추면서 금리는 동결하나"

김 총재는 이날 기준금리를 동결한 뒤 통화정책 기조를 '매우 완화적'이라고 평가했다. 향후 금리인하 가능성이 매우 낮아졌다는 점을 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총재는 "지금까지의 1년을 되짚어보면 통화정책이 (재정정책보다)더 완화적으로 움직여왔다"면서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은)기본적으로 정책시차도 다르지만 (현재)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면에서 정책조합이 이뤄지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는 경기부양책과 함께 지금 금리를 인하하는 것을 '정책공조' '정책조합'이라고 보고 있는 반면 김 총재는 이미 금리가 충분히 낮기 때문에 현 상황이 이미 정책공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은 금통위의 독립적인 결정을 존중해야 하지만 실기한 것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금리인하가 안 되면 정부의 경기부양책 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금리인하를 지난해 이미 했어야 했는데 타이밍이 늦었고 지금도 경기회복세가 너무 약하니까 금리인하로 키워주는 게 바람직한데 아쉽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한은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면서도 금리를 인하하지 않는 것에 대해 예상밖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월에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2%에서 2.8%로 낮췄고, 3개월만에 2.6%로 하향조정했는데 금리를 그대로 유지한 것은 이상하다는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불편한 기색이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열석발언권을 행사하지 않은 것은 우리 나름으로는 큰 결정이었다"며 "그만큼 우리는 한은의 독립성을 지켜주려고 노력한 것"이라고 섭섭함을 드러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책 협조하겠다고 하면서 경기활성화를 위한 당정 노력에 역행하는 행동을 하니 황당하다"며 "한은 독립성을 총재의 독립성으로 착각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