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영업규제 탓에 소비자 불편이 가중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부 김은희씨(34·가명)는 올해초부터 대형마트에 가는 것을 포기했다. 주말에 몰아서 장을 보는데 갈 때마다 공교롭게도 대형마트가 쉬는 날이라 허탕을 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전통시장을 찾지도 않는다. 맞벌이라 주말 늦게 장을 보는데, 그 시간이면 전통시장은 다 문을 닫았다. ‘헛품’에 지친 김씨는 필요한 생필품은 대부분 대형마트 온라인몰에서 주문한다. 마트들이 하루 10번가까이 배달을 하는 터라 되레 장 보는 시간이 줄었다. 간단한 채소류 정도만 동네 구멍가게서 사서 먹는다.

22일이면 대형마트 영업규제가 시행된 지 만 1년이 된다. 골목상권 보호를 취지로 도입한 대형마트 영업규제는 여전히 실효성 논란이 제기된다. 대형마트 매출은 줄고, 전통시장 매출도 줄고, 소비자만 불편해졌기 때문이다.

◆ 의무휴업 1년, 마트도 생산자도 전통시장도 모두 손해봐

체인스토어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월 2회 의무휴업을 하면서 대형마트는 매출이 약 3조4000억원 감소했다. 2011년 대형마트 3사 전체 매출의 9% 수준이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11조6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11년(11조7000억원)보다 0.8% 줄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같은 기간 각각 2.9%(14조2000억원), 2.6%(7100억원) 매출이 늘었지만 물가상승률보다 낮아 ‘제로성장’에 그쳤다고 봐야 한다.

대형마트 매출 감소가 전통시장 매출 증대로 이어진 것도 아니다. 중소기업청 산하 시장경영진흥원이 지난해 전통시장 1511곳의 점포를 조사한 결과 하루 평균 매출이 10만원 미만인 점포가 전체의 19.3%였다. 2010년 조사때(13.7%)보다 5.6%포인트 늘어났다.

대형마트 영업규제가 전통시장 매출 증대에 크게 기여하지 못했다.

하루 매출이 10만원이 안되는 전통시장 점포가 늘었다는 것은 대형마트가 쉬는 날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을 찾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업계에서는 대형마트에서 줄어든 매출이 전통시장 보다는 온라인몰이나 편의점 등으로 유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은 산지 생산농가도 위축시키고 일자리도 줄였다. 대형마트들은 월 2회 쉬면서 지난해 농산물 발주량이 2011년보다 15~30% 감소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의무휴무와 영업시간 제한으로 대형마트 3사는 일자리를 6600개 정도 줄인 것으로 파악됐다.

◆ 일률적인 규제로 소비자 선택권 침해 논란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제도화하면서 지난 1년간 법정다툼이 끊이지 않았다.

제도시행 초기엔 전국적으로 매월 2·4째주 일요일 의무휴무가 확산됐다. 그러다가 대형유통업체들이 서울 강동·송파구청을 상대로 낸 ‘영업시간 제한 등 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법원이 대형마트 손을 들어주면서 규제에 대한 논의는 원점으로 되돌아왔다.

시중의 한 대형마트 매장.

지자체들은 법원이 지적한 절차상 하자를 보완해 수정된 조례를 다시 공포하면서 또 다시 매월 2·4째 일요일 의무휴무가 재개됐다.

소송에서 이기면 대형마트들이 일요일에 문을 열다가 지자체 조례로 휴일 휴업을 강제하면 다시 문을 닫았다. 이 때문에 휴무 사실을 알지 못하는 소비자들은 대형마트를 찾았다가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흔했다.

여기에다 정부, 대형유통업체, 중소상인단체들이 참여한 유통산업발전협의회(현 유통산업발전협의회)는 작년 12월 업계 간 상생발전을 명분으로 매월 2·4째 수요일을 자율휴무로 지정하면서 대형마트가 문 닫는 날이 제각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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