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희 기업은행##장은 오는 29일 미얀마의 경제 수도로 불리는 양곤을 방문할 계획이다. 이곳에 문을 여는 현지 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기업은행은 지난달 미얀마 금융당국으로부터 현지 사무소 설립 허가를 받았다.
미얀마로 향하는 국내 은행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미얀마 정부가 개혁·개방에 나서면서 미얀마는 동남아시아에서 외국 기업에 마지막으로 남은 기회의 땅으로 불리고 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지난해 10월 양곤에 사무소를 낸 데 이어 지난 9일에는 신한은행이 사무소를 열었다. 지난해 12월 사무소 설립 승인을 받은 산업은행은 오는 6월 사무소를 열 예정이고 국민은행은 지난 1월 사무소 설립 신청을 한 후 답을 기다리고 있다.
은행들이 앞다퉈 미얀마에 사무소를 열고 있지만 국내 은행들은 현재 미얀마에서 영업을 할 수 없다. 미얀마 정부는 외국 은행들에 사무소 설립만 허용하고 있는데 사무소는 영업 기능이 없다. 현재 국내 은행들의 미얀마 사무소에서는 한국인 소장과 현지 직원 1~2명이 미얀마 금융당국 동향 파악과 시장조사 업무 정도만 맡고 있다.
그러나 국내 은행들은 이르면 올해 하반기에 미얀마 은행들과 합작법인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미얀마 정부는 올해부터 외국 은행들이 미얀마 은행과 합작법인(조인트벤처)을 세울 수 있도록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인이 되면 예금 수신과 대출 업무를 모두 할 수 있다. 미얀마 정부는 2년 내에 외국 은행이 지분 100%를 갖는 독립법인 설립도 허용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마다 미얀마에서의 정착을 위한 셈법은 다르다. 합작은행 설립을 검토했던 기업은행은 내년이나 내후년 단독 법인을 세우는 방안도 검토 대상에 올렸다. 미얀마 정부는 외국은행이 합작은행의 지분을 최대 80%까지 갖도록 했다. 따라서 합작법인을 만들면 기업은행이 경영권을 가질 가능성이 크지만 현지 은행들이 워낙 영세하고 낙후돼 있어 결합이 쉽지 않을 것이란 게 고민이다. 하나은행은 저소득층 대상 소액대출인 마이크로파이낸스 관련 법인 설립을 검토 중이다.
국내 은행들이 제도 정비가 다 되지도 않은 미얀마로 우르르 몰려가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현재 미얀마에는 국내 은행 외에도 20여개의 외국 은행 사무소가 있다. 국내 은행과 마찬가지로 정식으로 영업할 날만 기다리는 상황이다. 종족 간 분쟁 등 사회 갈등도 여전하다. 이창용 아시아개발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9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정책 개혁이 흔들리거나 갈등이 더 악화되면 미얀마 경제 성장이 좌초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