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제가 북한 리스크, 엔저 쓰나미, 저성장 공포 등 3대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부동산시장 종합대책 등으로 경기부양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이들 리스크를 얼마나 잘 극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북한 리스크와 엔저 현상이 지속되면서 코스피지수는 3월초 2020선에서 1920선 근처로 떨어졌고 달러화 대비 원화환율은 1월 1050원대에서 1130원대로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이럴 때 일수록 정부와 국회, 청와대가 소통을 강화해 경기부양책을 일정대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전무는 "추경 편성, 부동산 종합 대책 등 발표한 정책이 지연되면 정책효과가 줄어드는 만큼 국회에서 논의해 빨리 시행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 코리아디스카운트 부활 '北 리스크'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북한은 지난 2월 제3차 핵실험을 강행한 뒤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달 유엔 안보리의 제재 이후 '전시상황 돌입', '1호 전투태세' 등 당장이라도 전쟁이 날 것 같은 위협성 발언들을 2~3일 간격으로 쏟아내고, 남북 통신선 차단이나 남북 불가침 합의 폐기, 개성공단 통행 차단, 개성공단 잠정 폐쇄 등 조치를 연이어 실행하고 있다. 북한은 그동안 강경 발언을 해오다 어느 시점이면 강도를 줄이는 정책을 펴왔는데 요즘 상황은 예전과 다르다. 북한은 최근 "현재 조성된 정세는 이 땅에서 전쟁이 일어나겠는가, 말겠는가가 아니라 오늘 당장인가, 아니면 내일인가 하는 폭발 전야"라고 말하기도 했다.

금융시장에서는 북한 리스크가 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외국인 투자가들은 전쟁을 우려하며 주식을 팔고 있으며 그 여파로 원화 환율도 가파른 상승세다. 원화 환율 상승에는 엔화 가치의 급격한 절하로 우리나라 수출이 타격받고 있다는 인식도 한 몫하고 있다. 환율은 지난 4일 1120원대로 올라선지 하루만인 5일 1130원대로 올라섰고, 또 1거래일이 지난 8일 1140원대로 치솟았다. 사흘간 상승폭이 22.6원이나 될 정도로 상승폭이 가파르다. 9일에는 전일대비 0.7원 내리기는 했지만 남북한 전쟁 우려감과 엔저 쇼크가 이어지면 추가 상승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북한 리스크는 지난 8일 북한의 개성공단사업 잠정 중단 선언 이후 실물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개성공단 가동 중단으로 인한 입주기업 피해액은 6조원으로 추산된다. 원자재를 납품하는 5000여개 협력업체의 간접 피해액을 포함하면 10조원이 넘는다. 댄 애커슨 GM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한반도의 긴장이 계속 고조될 경우 우리나라에 있는 한국GM 생산기지 이전도 생각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을 방문하려던 중국 일본 등 관광객들은 예약을 속속 취소하고 있다.

외국인투자도 급감할 게 뻔하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이 있던 2010년 외국인 직접투자 신고액은 130억7100만달러였지만 실제 투자된 금액은 54억1400만달러에 불과했다. 신고액 대비 실제 집행된 금액은 41.4%에 불과했다. 금융시장에서는 이미 외국 자본이 빠져나가고 있다. 이달 들어 지난 1일부터 8일까지 외국인의 주식, 채권 투자 순유출 규모는 각각 1조8000억원과 2조5000억원으로 총 3조원을 넘어섰다.

◆ 엔저 쓰나미, 수출 악화 현실화

일본의 아베노믹스에 따른 엔화가치의 급격한 하락은 우리 경제를 더욱 더 힘들게 하고 있다. 달러화 대비 엔화환율은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80엔선에 머물렀으나 아베노믹스 이후 가파르게 상승해 100엔에 육박하고 있다. 5개월만에 25%나 평가절하됐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는 지난 4일 2년간 통화량을 현재 138조엔에서 내년말 270조엔까지 배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당초 엔화 환율을 연말까지 95엔 정도로 전망했으나 일본은행의 공격적인 양적완화로 엔화 환율이 지금보다 더 높아질 전망이다.

엔저 추세로 인해 일본과 수출 제품이 겹치는 우리나라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수출은 엔저 영향이 본격화된 지난해 12월에 전년동기대비 6% 감소했고 1~3월는 0.5% 증가에 그쳤다. 우리 경제에서 약 60%를 차지하는 수출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국내 경기는 여전히 침체상황이다. 게다가 정부는 엔저 추세에 대한 별다른 대응책이 없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엔저에 따른 수출악화에 대한 대책을 묻는 질문에 "환율 개입보다는 경쟁력이 떨어진 수출기업을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혔다. 수출은 당분간 크게 개선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 저성장 공포…세계 금융위기, 고령화, 가계부채 등 문제 해결 기미 안 보여

우리나라 경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2%대 성장에 그칠 전망이다. 인플레이션 없이 가용자원을 이용해 성장할 수 있는 잠재성장률이 3%후반대로 추정되는 점을 감안할 때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4분기까지 7분기 연속 0%대 성장에 머물렀고 올해 1분기도 0%대 성장이 확실시되고 있다. 분기별로는 1%안팎의 성장세를 유지해야 3%후반대의 잠재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추세는 저성장 고착화에 대한 우려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특히 세계 금융위기, 고령화, 가계부채, 부동산 등 우리 경제를 억누르는 문제들이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 엔저 등 리스크들이 추가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들은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다. 이같은 불확실성은 경제심리를 위축시켜 소비와 투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최근 미국 중국 등의 경기지표가 개선되고 있다고는 하나 세계 경제는 여전히 2008년 금융위기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며 미국은 대규모 양적완화에 기대어 경기가 꿈틀대고 있을 뿐이다. 중국 등 신흥시장의 성장세도 예전만 못하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경기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내수도 문제다. 가계부채 문제로 인해 소비가 여전히 부진하고 투자도 늘어나지 않고 있다. 정부가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위한 종합 대책과 가계부채 해결을 위한 국민행복기금 대책을 내놨지만 상황을 획기적으로 반전시키기에는 크게 부족하다는 평가다. 게다가 저출산 고령화 추세로 인해 잠재성장률도 하락하는 추세다. 지난해 말 한국경제연구원 등이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에서 용역을 받아 작성한 '잠재성장률 제고를 위한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2013~2017년 우리나라 평균 잠재성장률은 3.01%로 전망됐다. 또 2020년부터 10년간 평균 2.06%, 2030년대에는 1.77%, 2040년대에는 1.69%까지 낮아질 것으로 추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