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8일 "(거시건전성정책과 통화정책 등)정책들 간 조화로운 운용을 통해 금융안정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여러 정책당국간 긴밀한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김 총재는 이날 서울 소공동 한은 본점에서 열린 '거시건전성정책과 통화정책' 국제세미나 기조연설에서 "두 정책이 금융기관의 대차대조표를 변동시켜 정책효과를 발휘하는 만큼 정책간 효과가 중복 또는 상충돼 조화롭게 운용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보통 거시건전성정책은 기획재정부가 주도하며, 통화정책은 한은이 담당한다.

그는 "제도적인 틀(institutional framework)을 통해 충분한 정보 공유와 분석을 토대로 정책목표간 중복ㆍ상충되지 않도록 정책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 과정에서 특히 통화정책을 담당하면서 거시건전성정책 수행의 한 축을 이루는 중앙은행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총재는 또 국제통화기금(IMF)의 견해를 인용해 "(은행세 등)거시건전성정책이 통화정책과 상호 보완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통해 사회후생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총재는 거시건전성정책이 통화정책을 보완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금융위기의 경험에 비춰볼 때 거시건전성정책 수단을 활용해 통화정책(금리인하)이 유발할 수 있는 과도한 레버리지 등을 억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금융위기 후 도입했던 거시건전성 부담금(은행세), 선물환 포지션 규제,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등 거시건전성 3종 세트가 은행의 외화차입을 억제하면서 은행들이 대출을 축소하는 등의 효과가 나타났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금리 통화량 등 통화정책은 이자율 전달 경로를 통해 전체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거시건전성정책은 그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금융기관 규제를 통해 은행 차입과 대출 등을 조절할 수 있다"며 "어떻게 운용할지는 위기 때인지, 인플레이션인지, 스태그인플레이션인지 등 상황에 따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거시건전성 규제 역시 금융기관을 통해 시중 통화량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통화정책과 함께 완화로 갈 지, 통화정책이 완화되면 거시건전성 규제를 강화할지, 아니면 그 반대로 할지 등을 상황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총재는 최근 세계 각국이 금융불안을 예방하기 위해 인플레이션율 외에도 신용증가율, 자산가격상승률 등을 배경으로 거시건전성 관점에 따른 통화정책을 사전적ㆍ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한다는 점에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이번 위기 발생 초기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통한 적극적인 유동성 투입이 금융시스템의 붕괴를 막았다며 향후 통화정책 운용체제 개선을 위한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총재는 위기 이전에는 정책당국들이 통화, 재정 및 미시건전성 정책 상호 간 미치는 영향을 과소평가해 금융위기의 발생을 효과적으로 예방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즉 위기전 통화정책 목표가 물가안정에만 국한됨에 따라 대안정(Great Moderation)시대의 낮은 물가수준 상황에서 금융불균형이 누적됐다는 것이다. 이는 곧 시스템적 리스크를 유발했고, 위기 발생 후에도 금융불안 심화로 실물경제에 직접 심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