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박종세 경제부장

지난 5일 오후 3시. 서울 예금보험공사 부총리 집무실에서 취임 후 첫 공식 인터뷰에 응한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패러다임(인식의 틀)을 바꿔야 한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 장관들 위에 군림하며 지시하는 부총리에서 설득하는 부총리로 역할을 바꾸고, 한국은행 총재와 비밀 회동을 없애고 공개적인 장소에서 만나 소통하겠다고 했다. 권위를 내세우고, 힘을 강조했던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경제를 운용하겠다는 것이다. 인터뷰는 부동산대책과 공공기관장 교체, 경제 민주화와 투자 활성화 등 현안 위주로 진행됐다.

◇"공공기관장 평가, 국정 철학 검증할 것"

―임기가 남은 공공기관장에 대한 정부 입장은.

"내가 말이 심한 것 아닌지 모르겠지만…. (잠시 뜸을 들인 뒤) 임기제의 취지는 자율성을 줄 테니 일을 잘하라는 것이다. 일을 잘못하는데도 자리 보전을 하라고 임기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다. 미국에는 유난히 '종신' 임기가 많지만 뭘 해도 평생 하란 취지가 아니라 자율을 보장한다는 의미다. 미국은 종신 임기를 보장해도 스스로 은퇴를 한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 이후 달라졌다. 속내를 내비치지 않는다는 평가와 달리 그는 각종 현안에 직설적으로 답했다. 그는 임기가 남은 공공기관장 교체와 관련,“ 미국에선 종신 임기라도 도중에 그만두는 분이 많다”며 대폭 물갈이를 예고했다.

―교황이 사임한 것처럼 말인가.

"그렇다(웃음). 우리나라는 종신제를 도입하면 정말 죽을 때까지 하려고 할 것이다. 우리 스스로 생각해 볼 문제다. 전문성이 없고 경영평가가 좋지 않은데도 임기를 보장하는 것은 오히려 임기제 취지에 맞지 않는다."

―최근 공공기관장 평가를 시작했는데, 국정 철학도 보나?

"당연하다. 공공기관도 결국 정부의 역할을 일부 담당하기 때문에 국정 철학을 공유해야 한다. 경영평가를 할 때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를 평가하는 항목이 있다. 새 정부의 과제를 어떻게 잘 추진하겠다는 것이 중요하다."

―대기업들의 투자가 부진한데.

"기업 투자 환경은 작년보다 개선됐다. 첫째, 총선과 대선이 끝나 불확실성이 줄었다. 둘째, 박근혜 정부가 시장경제에 대한 원칙은 지킨다. 물론 경제 민주화라는 충격 요소가 있지만, 기본 골격이 시장경제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셋째, 기업들의 투자 여력이 쌓여 있다. 여건만 되면 언제든 투자가 이뤄질 수 있다."

―경제 민주화가 대기업엔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경제 민주화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했다면 '쇼크'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경제 민주화가 국정 과제로 추진되는) 지금은 이를 상수로 보지 않는 기업은 어리석다(silly)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 대기업들은 이미 중소기업과 상생, 공정 경쟁,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을 주어진 상수로 보고 경영 계획을 세울 것이다."

◇"창조경제 초기 목표는 벤처 육성"

―창조경제가 다들 어렵다고 한다.

"너무 깊이 생각하니까 더 어려워지는 것 아닌가(웃음). 제가 생각하는 창조경제 의미는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다. 과거와 어떻게 다른지 비교하면 쉽다. 과거에는 투입(인풋) 위주 경제였는데, 이제는 질적 생산효율을 강조한다. 과거에는 주로 성장 산업을 혁신하는 경제에 관심이 많았지만 이제는 산업 생태계를 바꾸자는 것이다. 과거 경제 주체를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나눠 접근했는데, 이제는 대기업·중소기업·하도급기업이 어울려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단기적으로 구체화할 수 있는 창조경제는 뭐가 있나.

"바로 시작할 수 있는 게 벤처다. 그동안 창업은 얘기가 많이 됐는데, 투자 회수가 안 되는 경우가 많다. 회수 쪽에 보완할 게 없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인수합병(M&A) 시 세제 혜택, 기업공개(IPO) 조건 완화, 패자부활로 재기하는 창업자에 대한 혜택도 검토하고 있다."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토빈세 추진하나.

"신중해야 한다. 쇼크 때 만든 제도는 경제가 정상화돼도 바꾸기 어렵다. 지금은 외자가 많이 들어오니까 토빈세 논의가 있지만, 반대로 외자 유입이 필요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