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제ㆍ금융 전문가 대부분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4월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5bp 인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들어 경기 지표가 당초 예상보다 나쁜 것으로 나타났고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 경기부양 정책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한은이 정책공조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북한의 강경 발언 등 북한 리스크 증폭과 일본은행의 통화완화 정책 강화에 따른 엔화 약세 가속화 전망 등도 요인으로 지목했다.

7일 조선미디어그룹의 경제전문매체 조선비즈(chosunbiz.com)가 오는 11일 4월 한은 금통위 정례회의를 앞두고 경제·금융전문가 2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19명(95%)이 기준금리를 현행 연 2.75%에서 2.5%로 인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답변은 1명(5%)에 불과했다.

지난달 설문조사에서 13명(65%)의 전문가가 기준금리 동결을 전망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황이 바뀌었다. 지난달에는 한은이 국내외 경제여건에 대해 비교적 긍정적인 전망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기준금리 동결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이번 달에는 새 정부가 출범 후 공격적인 경기부양책을 예고한 만큼 정책공조 차원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의견이 더 많았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원은 "경기대응을 위한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간 정책 조합을 고려할 때, (현 시점에서)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신동수 NH농협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경기부양 노력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한은 총재도 통화정책이 뒷받침돼야 (재정정책의)효과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면서 "정책공조 차원에서 한 차례 정도의 금리인하는 가능하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정범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엔화 약세 등으로 하반기에도 강한 경기회복을 기대하기 어렵고, 정부는 추경편성과 경제구조 개혁을 통해서라도 성장률을 높이겠다고 밝히면서 한은에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면서 "통화완화 정책이라는 수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경제금융연구실장은 "기준금리 조정시기를 늦춘다면 한은의 통화정책에 대한 신뢰성이 손상될 수 있다"면서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했다.

이재형 동양증권 연구원은 "대내외 경기회복세가 불확실하고, 지정학적 리스크로 외화자금과 증시 불안요인이 부각되고 있다"면서 "무상보육 확대로 인해 기대인플레이션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전무는 "1~3월 국내 수출입 경기가 예상보다 부진해 경기회복심리를 향상시키기 위한 정책 공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연구원은 "1,2월 소비와 설비투자, 수출의 성장이 둔화하고 있고 한은이 지난 1월 제시한 연 2.8% 경제성장률도 수정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정책 효과를 높이기 위해 기준금리 인하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오석태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한국경제의 저성장, 저인플레이션, 부동산 시장 침체 상황이 너무 심각하다"면서 "우리나라의 수출은 제로 성장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그는 "한은이 올해 한국경제에 대해 상저하고의 경기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보다는 총액한도대출 한도 확대 등 미시적인 정책을 통해 정책공조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그는 "현재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된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경우 정책효과가 미미할 가능성이 높고 오히려 자금이탈을 자극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