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댄 애커슨(Akerson·사진) 회장이 4일(현지 시각) 한반도 긴장이 심화되면 한국에 있는 생산 기지 이전도 생각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글로벌 기업 CEO가 북한 위협 때문에 한국의 생산 기지 이전 가능성을 언급한 건 처음이다.

그는 이날 미국 경제 전문 채널인 CNBC에 출연해 북한 도발 위협과 관련, "한국은 우리의 중요한 생산 시설"이라며 "한국에 있는 생산 시설과 직원을 위한 컨틴전시 플랜(비상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로서는 비상 계획을 넘어서는 즉각적인 생산 기지 이전은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한반도 긴장 관계가 심화하면 생산 기지 이전을 고려할 수 있느냐"는 진행자의 추가 질문에는 "타당하다(fair)"고 답했다. "공급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회사 자산, 직원을 보호하는 문제는 (어느 기업에나)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애커슨 회장은 이날 CNBC의 아침 비즈니스 뉴스 프로그램인 '스쿼크 박스(Squawk Box)' 코너에 출연해 미국 자동차 시장에 대한 전망, 엔저로 촉발된 환율 경쟁에 대한 시각 등 여러 주제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한반도 리스크와 관련된 내용은 이 중 하나였다.

GM은 한국에서 부평과 군산·창원·보령 등지에 공장 5곳을 가동하고 있다. 지난해 완성차 80만대, 반조립제품(CKD) 127만대 등 총 207만여대를 생산했다. 한국 내수용으로 판매한 14만5000대를 제외한 나머지 192만5000여대를 미국과 유럽 등지로 수출했다. GM의 글로벌 생산 시설 중 수출 물량이 가장 많다. 고용 인원도 1만7000명에 달한다.

일부 전문가는 GM 경영진의 이러한 언급이 중·장기적으로 한국에서 생산 시설을 철수하기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GM은 최근 원화 가치 상승 문제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입장을 나타낸 적이 있기 때문이다. 세르지오 호샤(Rocha) 한국GM 사장은 지난달 말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가 원화 가치 상승으로 경쟁력을 잃어가는 수출 기업을 위해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환율이 계속 이런 '잘못된 방향'으로 갈 경우 향후 경영 판단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GM은 향후 5년간 한국 공장에 8조원을 투입하겠다는 중기 계획을 최근 발표했었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GM이 2015년까지 중국에서 현재의 2배에 육박하는 500만대를 생산하겠다고 밝혔다"며 "조립 공장으로서 한국의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 한국의 생산 비중을 줄이려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