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가 3일(현지 시각) 브레이크 스위치 결함과 에어백 구조 결함 등으로 미국에서 187만대를 리콜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캐나다에서 36만대, 국내에서도 16만대 등을 추가로 리콜한다고 4일 밝혔다.
문제를 일으킨 부품이 유럽 등 여타 지역으로 수출된 차에도 장착된 것으로 파악돼, 전체 리콜 규모는 300만대에 육박할 전망이다. 현대·기아차 역대 리콜 중 최대 규모다.
하지만 이번 리콜은 사상 최악의 케이스로 기록된 도요타의 가속페달 리콜과는 성격이 다르다. 이 때문에 현대·기아차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많다. 도요타는 가속페달이 운전석 바닥 매트에 끼어 급가속 사망 사고가 발생하는 등 안전에 치명적인 문제가 제기돼 세계적으로 1400만대를 리콜했다.
이번 경우는 브레이크는 정상적으로 밟히지만, 밟혔다는 전기적 신호가 켜지지 않아 제동 등이 점등되지 않거나 정속주행장치가 꺼지지 않는 현상 때문이다. 현대차는 "이 때문에 사고가 발생했다는 보고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연비 측정 오류로 북미에서 102만대의 연비를 하향 조정했고, 5개월 만에 대량 리콜을 하게 돼 어느 정도의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도요타 대량 리콜과는 질적으로 달라
4일 현재 북미와 국내에서 리콜하기로 한 239만대 중 브레이크 스위치 결함이 85%를 차지한다.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으면 브레이크가 밟힌 상태를 인지하도록 내부 스위치가 켜져야 하는데, 이 장치에 전기적 불량이 생겨 브레이크 신호를 보내지 못하는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제동 등이 켜지지 않거나, 브레이크를 밟은 상태에서만 눌러지는 스마트 시동 버튼 등이 작동하지 않는 현상도 보고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매우 단순한 불량으로, 이 부품을 교체하는 작업만 벌이면 문제가 해결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스위치 부품 단가가 몇백원으로, 대부분의 리콜 비용은 공임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부증권 임은영 애널리스트는 "현대차 리콜 비용은 총 900억원, 기아차는 400억원 수준"이라고 추정했다. 두 회사 순이익의 각 1% 수준으로, 큰 타격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도요타는 가속페달 리콜로 이제까지 3조4800억원(31억 달러)을 썼다.
◇대량생산·부품 공유로 갈수록 대형화
이번 리콜에서도 보듯 최근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리콜이 갈수록 대형화하고 있다. 도요타는 1400만대 가속페달 리콜 이후에도 지난해 10월 파워 윈도 스위치 결함으로 743만대, 같은 해 11월에는 파워 핸들 결함으로 277만대를 리콜했다.
올 들어서도 에어백과 와이퍼 결함으로 129만대, 안전벨트 결함으로 31만대를 리콜했고, 혼다도 작년 9월 이후 전 세계적으로 283만대의 리콜을 시행했다. 리콜 규모가 100만대 이상으로 커져 전 세계적 파급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이 생산 단가를 낮추기 위해 한두 군데 부품 회사에서 대규모로 납품받는 경향이 있는 데다, 여러 차종에 부품을 돌려 쓰는 공용화 경향도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조사 기관인 켈리블루북의 알렉 귀티에레즈 수석 연구원은 LA타임스 인터뷰에서 "부품을 공유함으로써 비용을 줄일 수 있지만, 동시에 한 번 문제가 생겼을 때 리콜 또한 대형화하는 위험성이 상존한다"고 말했다.
정진행 현대차 사장은 "사태 장기화를 막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국내 주식시장에서 현대차 주가는 5.05%, 기아차는 3.27% 하락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