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진(37)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아파트 문짝에 붙은, 길거리에 뿌려진 전단(傳單)으로 돈을 번다. 그가 만든 스마트폰 앱 '배달의민족'엔 전국 각지의 짜장면·치킨·족발집 등 13만개 배달업소의 전단이 등록돼 있다. 전국 배달업소의 절반에 해당하는 숫자다. 이를 바탕으로 이용자의 반경 3㎞ 이내에 있는 배달업소를 보여주고, 곧바로 주문·결제까지 지원한다.
"요즘 물건 하나 사려면 다들 인터넷 뒤져보고 댓글도 꼼꼼히 읽어보잖아요. 그런데 짜장면, 치킨 시켜 먹을 땐 굴러다니는 전단을 보고 그냥 시켜요. 10조원 규모인 국내 배달음식 시장을 온라인에 접목해보자고 생각했죠."
배달의민족 앱에 들어가면, '이 집은 짬뽕이 맛있어요' '여긴 치킨 튀기는 기름이 안 좋아요'와 같은 생생한 댓글과 별점이 빼곡히 달려 있다. 전단 등록은 무료다. 대신 잘 보이는 위치에 노출해주는 광고비와 앱을 통한 주문 수수료로 매출을 올린다. 2010년 프로그램 개발자인 셋째 형 김광수(39)씨와 함께 회사를 창업한 지 3년째. 앱 다운로드 건수는 600만건에 육박하고, 배달의민족을 통한 주문전화만 월 200만건에 이른다. 현재 월 매출은 8억원.
앱으로 카드 결제가 가능해지면서, 치킨이나 짜장면을 지인에게 선물하는 일도 가능해졌다. 혼자 사는 여성으로부터 '미리 결제한 덕분에 배달원이 문 앞에 두고간 음식을 받을 수 있게 돼 좋다'는 예상치 못한 반응도 있었다. 작년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국무총리상과 지식경제부 장관상을 휩쓸었을 만큼 사업적으로도 인정받았지만, 최근엔 '디자인 경영'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회사 직원(74명) 10명 중 1명은 디자이너다. 그는 서울예대에서 실내디자인을 전공하고, NHN과 네오위즈·이모션에서 디자이너로 일했다. 김 대표는 "이제 기술보다 감성이 더 중요한 시대이기 때문에 디자이너들이 창업하는 데 충분한 강점이 있다"고 했다.
최근엔 딸의 이름을 딴 글씨체 '한나체'를 만들어 무료로 배포했다. "현대카드나 네이버의 사례에서 보듯 폰트에는 브랜드를 만드는 강력한 힘이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배달의민족 앱에 담긴 모든 이미지와 글씨체도 그의 손을 거쳤다.
김 대표는 "지금까지 디자이너는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따라 일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스스로 원하는 일을 하는 디자이너 CEO가 됐다는 자부심이 있다"면서 "수많은 디자이너들이 가능성에 도전할 수 있도록 우아한형제들을 훌륭한 기업으로 키워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