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차에 대한 웬만한 특성들은 모두 수치로 표현 가능하다. 높이·너비·길이는 물론이고, 연비·최고속도·제로백(정지상태서 시속 100km에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까지. 심지어 달릴 때 공기 저항을 얼마나 받느냐를 나타내는 '공기저항계수'를 들춰 보는 운전자도 있다.
그러나 좀처럼 숫자로 표현하기 어려운 특성이 두 가지가 있다. 바로 소음과 진동이다. 요즘 잘 나간다는 디젤 차량 중에는 주행성능과 관련한 숫자들은 좋지만, 막상 타보면 마치 트럭과 같은 소음·진동에 불편해지는 모델도 많다. 소음·진동은 숫자로 표현할 수 없기에 실제로 타보기 전에는 그 정도를 알기 어렵다.
기아자동차##가 디젤 엔진을 얹어 새로 출시한 '올 뉴 카렌스'는 소리와 진동의 관점에서 유심히 들여다봤다.
◆ 시속 80km까지는 무난, 고속에서는…
카렌스는 지난해 모델까지는 액화석유가스(LPG) 엔진이나 가솔린 엔진만 장착한 모델만 내놨다. 가솔린 엔진의 카렌스는 비교적 조용하기는 하지만 초반 가속력이 떨어지고, 무엇보다 연비가 1리터(L) 당 9.5km에 불과했다.
이번에 처음 출시된 디젤 엔진의 카렌스는 연비가 1L당 13.2km로 크게 높아졌다. 신혼부부나 어린 자녀가 있는 부부에게 제격이다.
우려스럽던 소음과 진동은 어떨까.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어 봤다. 디젤 엔진 특유의 거친 기계음을 내며 시동이 걸리더니 소음이 점차 잦아들었다. 창문을 닫을 경우 내부는 평온하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정숙성을 유지했다. 엔진의 떨림은 가솔린에 비해 도드라졌지만 크게 불편할 정도는 아니다.
경북 경주에서 출발해 시내 도로를 달려 봤다. 시속 40~80km 안팎의 속도에서 카렌스는 처음 시동을 걸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조용하게 도로를 치고 나갔다.
문제는 시속 80km 이상 고속 주행에서다. 속도가 시속 100km 전후로 빨라지고 분당엔진회전속도(rpm)가 3000rpm을 넘어가면 엔진음이 실내서도 꽤 크게 느껴진다. 특히 약간 오르막에서 속도를 낼라 치면 4000rpm 넘어까지 급격히 치솟으면서 내비게이션 안내 음성이 잘 들리지 않을 정도의 소음이 발생했다. 고속 주행에서 독일 디젤 세단의 안정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카렌스는 시내 주행을 주로 하는 출퇴근용으로는 무난하지만, 시외 고속 주행이 잦은 운전자라면 소음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 다양한 뒷좌석 편의 사양
기아차는 올 뉴 카렌스를 출시하면서 뒷좌석 편의 사양에 크게 신경을 쓴 듯한 모습이다. 이 차의 주요 고객이 자녀가 있는 30~40대 가장이라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올 뉴 카렌스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는 특이하게 뒷좌석을 뒤로 기울일 수 있다. 보통 뒷좌석을 앞으로 완전히 접어 수납공간을 넓히는 경우는 많지만, 등받이가 뒤로 기울어지는 차량은 드물다. 따라서 뒷좌석에 장시간 앉아 이동하더라도 비교적 편안하다. 중형 세단에 옵션으로 장착되는 온열 시트와 햇빛을 가릴 수 있는 커튼도 적용됐다. 다만 소형 SUV 특성상 뒷좌석의 좁은 무릎공간(레그룸)은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내부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선루프다. 선루프 작동 버튼을 누르면 가운데부터 앞뒤로 가림막이 열린다. 지붕 공간의 80% 정도가 유리로 돼 있기 때문에 뒤에 앉아도 갑갑하지 않다. 카렌스 시승이 이뤄진 경주 시내에 벚꽃이 만개해 선루프를 통해 보는 재미도 좋았다.
신형 카렌스의 가격은 등급에 따라 2085만원에서 2715만원까지다. 가장 비싼 '노블레스' 등급은 차선이탈 경보장치나 전자식 주차브레이크 등이 옵션으로 장착되지만, 300만원 저렴한 '프레스티지'에 비해 크게 메리트가 느껴지지 않는다. 가격 대비 무난한 성능을 원한다면 2235만원의 '럭셔리'나 2420만원의 프레스티지 정도가 적당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