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에 이어 세계 4위 조선사인 STX조선해양이 자금 사정이 악화되며 채권단에 지원을 요청했다. 조선업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STX조선해양이 경영을 정상화하고 과거의 명성을 되찾을 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STX조선해양은 2일 경영 정상화를 위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채권단 자율협약 체결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 협약이 시행되면 주채권 금융사 주도로 유동화 채권과 기존 대출의 만기가 1년까지 연장된다.
STX그룹의 주축 기업으로 세계 4위 조선업체로 성장한 STX조선이 채권단에 자금 지원을 요청할 만큼 어려워진 것은 세계 경기 침체로 조선 업황이 깊은 불황에 빠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STX조선해양이 금융 당국에 제출한 2012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STX조선해양 자산 13조5119억원 중 부채는 12조1970억원에 이른다. 상선 발주가 줄어들며 수주 경쟁이 치열해졌고, 선가(船價)가 하락하며 지난해만 7820억원에 이르는 순손실을 기록했다. 회사가 견디기 어려운 경영 환경이 이어진 셈이다.
STX조선해양은 채권단 자율협약 체결을 통해 단기적으로 악화된 자금 사정을 해결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전문가들은 조선 업황이 회복되지 않으면 근본적인 경영 환경은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STX조선해양의 이번 결정이 악화된 자금 사정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인 것으로 판단되지만, 상황이 정말 나아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 채무가 유예되더라도 그동안 STX조선해양이 저가에 수주한 물량을 털고 정상적인 가격에 선박을 수주하기 전까지는 어려움이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조선 시황이 회복되며 선박 발주가 많이 이뤄져야 수주 가격이 정상화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채권단 자율협약을 체결하며 발주를 고려하던 선주들이 STX조선해양보다는 다른 회사에 물량을 줄 가능성도 있다. 이 애널리스트는 "회사가 빠르게 경영을 정상화하고, 조선 시황이 회복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다만 STX 측은 채권단 자율협약을 체결해 1년간 채무가 유예되고 자금 상황이 나아지면 회사가 금방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TX 관계자는 "현재 159억달러에 이르는 일감을 확보(수주잔고)한 상태기 때문에 당장 자금 사정이 개선되면 회사가 정상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조선 업황 불황에 따른 일시적인 자금난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취한 것이기 때문에 그룹 전체가 더 큰 어려움에 빠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채권단 자율협약
채권단 자율협약이란 일시적인 자금 부족으로 미래 정상화 가능성이 있는 기업이 도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채권단이 시행하는 기업 지원이다. 법적 구속력을 바탕으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워크아웃과는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