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비만 환자는 위 크기를 줄이는 수술로 체중을 감량한다. 운동이나 식이요법이 통하지 않을 때 하는 마지막 수단이다. 건강을 위해서라고는 하나 배를 절개하고 위를 자르거나 묶는 수술은 환자에게 큰 고통일 수밖에 없다. 수술을 두려워하는 사람이라면 조금 고약하기는 하나 건강하고 날씬한 사람의 장내(腸內)세균을 이식받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전망이다. 최근 과학자들이 동물실험을 통해 장내세균 이식만으로 위 수술의 20%에 해당하는 체중 감량이 가능함을 입증했다.

장내세균으로 위 축소 수술 20% 효과

고도비만 환자를 위한 위 수술의 대표적 예가 '루와이 위 우회 수술(Rou x-en Y gastric bypass surgery)'이다. 위 위쪽을 잘라 작은 주머니를 만들고 이곳을 소장 아래쪽에 연결하는 것이다. 위 크기가 줄어드니 음식을 덜 먹게 된다. 또 음식 소화에서 많은 역할을 하는 소장의 처음 부분을 음식이 지나지 않고 내려가 그만큼 영양 섭취도 감소한다. 루와이 수술은 과체중의 75%를 줄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흥미로운 사실은 수술로 위가 크게 줄었는데도 환자들이 전혀 배고픔을 느끼지 않는다는 점이다. 뭔가 몸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고 볼 수 있다. 미 하버드의대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의 리 카플란 교수팀은 변화의 원인으로 장내세균을 지목했다. 앞서 워싱턴대 연구에 따르면 비만 환자들의 장내세균은 90% 이상이 '피르미쿠테스(Firmicutes)'속(屬)이었으며 '박테로이데테스(Bacteroidetes)'속은 3%에 불과했다. 반면 정상 체중인 사람들은 박테로이데테스가 30%나 됐다. 지난해 스위스 취리히대 연구진은 루와이 수술을 받은 생쥐의 박테로이데테스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했다.

카플란 교수팀은 먼저 생쥐 23마리에게 고지방 먹이를 줘 살을 찌웠다. 그 후 1그룹은 루와이 수술을 하고 계속 고지방 먹이를 먹였다. 2그룹은 위를 절개했다가 바로 봉합하고는 역시 고지방 먹이를 먹였다. 이를테면 가짜 루와이 수술을 한 셈. 3그룹도 가짜 수술을 했지만 먹이는 저지방으로 줬다. 12주 후 체중을 재니 루와이 수술을 한 생쥐는 체중이 29%나 줄어 있었다. 다이어트 생쥐도 날씬해졌다. 하지만 가짜 수술을 받고 기름진 먹이를 먹은 2그룹 생쥐는 여전히 뚱뚱했다.

다음엔 생쥐의 소화기관에 들어 있는 변을 희석해 몸에 장내세균이 전혀 없는 생쥐에게 이식했다. 루와이 수술 생쥐의 변을 받으면 체중이 5% 줄었으나 다른 두 그룹 생쥐의 변은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연구진은 '사이언스' 자매지인 '사이언스 중개 의학' 최신호에 발표한 논문에서 "루와이 수술로 얻는 체중 감량 효과의 20%는 장내세균 덕분임을 입증한 것"이라며 "앞으로 루와이 수술을 한 사람의 장내세균을 일반 생쥐에게 이식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메탄 세균이 체중 증가의 원인

그렇다면 장내세균은 어떻게 체중에 영향을 끼칠까. 장내세균과 비만의 연관 관계에 대한 논문은 최근 몇 년 사이 수십 편이 나왔지만 이에 대한 답은 주지 못했다. 미국 시더 사이아나이 병원 연구진은 메탄 세균에서 힌트를 얻었다.

연구진은 남녀 792명을 대상으로 날숨에서 메탄과 수소가 얼마나 들어 있는지 조사했다. 메탄과 수소가 많이 나온 사람은 평균치 사람보다 체지방이 6%나 높게 나왔다. 메탄 세균은 주변 다른 장내세균이 내뿜는 수소를 받아 메탄으로 만든다.

연구진은 메탄 세균이 수소를 많이 소비할수록 수소를 내는 장내세균도 번성한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음식물 발효가 촉진되고, 그 결과 인체가 더 많은 영양분을 흡수해 살이 찐다는 것이다. 메탄은 음식물이 소화기관을 통과하는 속도도 늦춰 그만큼 더 많은 영양분을 흡수할 시간을 벌어준다고 연구진은 덧붙였다. 인구 30%는 몸 안에 메탄 세균이 평균보다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은 "인류가 척박한 환경에서 살 때는 메탄 세균이 빈약한 음식에서 칼로리를 최대한 뽑아내는 데 유용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요즘은 워낙 영양분이 풍부한 음식을 먹어 오히려 체중을 늘리는 주역이 됐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임상 내분비학과 대사 저널' 최신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