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서울모터쇼' 참석차 내한한 데이비드 새딩턴 랜드로버 디자인 스튜디오 디렉터는 최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렌드를 관통하는 말을 남겼다. 새로 출시한 '올 뉴 레인지로버'를 가리키며 "이 차는 설악산은 물론 강남 한복판에서도 어울리는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SUV는 원래 스포츠·레저 인구를 겨냥해 적재공간을 늘리고, 비포장도로(오프로드) 주행성능을 극대화한 게 특징이다. 따라서 일반 세단에 비해 디자인이 좀 투박해도 대게 용서가 된다. 이 같은 목적에 충실한 차량이 지프 '랭글러'나 메르세데스-벤츠 'G클래스'다. 그러나 최근 출시되는 SUV 중에는 오프로드 주행능력을 다소 양보하는 대신 도시적인 디자인을 가미한 차량이 더욱 주목을 끌고 있다.
◆ LS·ES와 한 핏줄…호화판 SUV
'렉서스 RX'는 이처럼 SUV의 실용성을 살리면서 세련된 디자인을 선호하는 운전자들을 겨냥한 모델이다. 정면에서 보면 렉서스의 상징이 된 '스핀들(spindle, 실을 감는 막대) 그릴'이 큼지막하게 자리 잡고 있어 이 차가 고급 세단 LS·ES와 피를 나누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지붕의 뒤쪽 끝부분이다. RX의 지붕은 뒷 유리창보다 손바닥 한뼘 정도 더 확장돼 있다. 마치 고급 빌라 발코니에 햇살을 막기 위해 받쳐 놓은 파라솔을 연상케 한다. 정통 오프로더들이 불필요한 선을 과감하게 정리해버리는 것과 비교하면 다소 거추장스러워 보일 수 있다. 그만큼 이 차가 디자인에 얼마만큼 신경을 썼는지 알 수 있는 요소다.
내부 역시 웬만한 세단의 고급스러움을 뛰어 넘는다. 나무와 가죽 느낌의 소재를 적절히 혼합한 핸들부터 몸이 푹 파묻힐 만큼 안락한 좌석은 앉아 있으면 세단을 탄 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킬 정도다.
◆ 가속감 좋지만 선회능력 아쉬워
주행성능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할 것 같다. 가솔린 엔진과 전기 모터를 같이 쓰는 하이브리드 모델 'RX 450h'을 타고 달려본 결과, 직선 주행에 비해 핸들링은 조금 답답하게 느껴졌다.
일반적으로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전기모터는 가솔린·디젤 엔진에 비해 저속 구간에서 최대토크(가속도와 관계 있음)가 더 높다. 덕분에 RX 450h가 완전히 멈춘 상태에서 시속 100km에 도달할 때까지 시간도 7.8초로, SUV임을 감안하면 꽤 빠른 편이다. 고속 주행시 소음과 진동도 효과적으로 막아준다.
그러나 고속으로 달리고 있는 상태에서 연속으로 차선을 바꾸거나 코너 구간을 빠르게 빠져 나갈때는 차의 무게 중심이 기울어졌다 돌아오는 '롤링 현상'이 자주 발견됐다.
그것은 이 차의 무게가 경쟁 차종에 비하면 다소 무겁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남들보다 전기모터와 배터리를 더 가지고 있는 RX 450h의 무게는 2180kg에 달한다. 아우디 'Q5 3.0 TDI' 무게가 1950kg, 메르세데스-벤츠 'GLK 220'가 1995kg인 것과 비교하면 최대 200kg 이상 무겁다.
이는 운전자 혼자 타고 달려도 다른 차로 치면 성인 두 명 정도를 더 싣고 달리는 것과 비슷하다. 사람을 많이 태우고 운전했을 때 평소보다 차가 굼뜬 느낌을 받는 것과 같다.
◆ 하이브리드지만 낮은 연비도 단점
하이브리드 치고 다소 낮은 연비도 아쉽다. RX 450h의 공인연비는 1L당 12.1km다. 실제로 달려보니 이 보다 1~2km 낮은 실연비가 측정됐다. 3.5L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 점을 감안해도 하이브리드만의 경제성을 충분히 살렸다고 보기는 어렵다. 디젤 엔진과 단순 비교는 무리겠지만 아우디 Q5 3.0 TDI 연비는 11.9km/L, 메르세데스-벤츠 GLK 220는 13.1km/L다.
RX 450h의 가격이 최대 2000만원 정도 비싸기 때문에 경제성을 논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연비 수준을 크게 올려야 할 것 같다.
RX 450h의 가격은 옵션에 따라 7970만원~8570만원이다. 3.5L 6기통 엔진의 최대출력은 249마력이지만, 전기모터와 같이 돌아가면 최대 299마력을 낸다. 최대토크는 32.3kg·m이다.
종합적으로 보면 RX 450h는 가족들과 장거리를 안락하게 이동하는 데는 적합하지만, 스포티한 주행을 즐기는 최근 젊은 운전자들에게는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