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국내 기업들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은행 대출은 받기가 쉽지 않고, 회사채 시장도 얼어붙은 상황입니다. 은행 대출과 회사채 발행 외에 기업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수단으로는 증자가 있습니다.

증자에는 유상증자와 무상증자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유상증자를 하는 기업이 많습니다. 유상증자는 기업이 주식을 새로 발행해서 기존 주주나 새 주주에게 돈을 받고 파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자 부담이 없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조달을 선호합니다.

재무 상태가 좋은 기업이 유상증자를 한다면 이는 주가에도 도움이 됩니다.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늘리고, 설비투자를 강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유상증자가 항상 주가에 긍정적인 것은 아닙니다. 발행주식 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주당순이익(EPS)이 떨어져 주가도 일시적으로 하락할 수 있습니다.

특히 재무 상태가 좋지 않은 기업들의 유상증자는 조심해야 합니다. 이런 기업들은 유상증자로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고 나서 상장 폐지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황당한 일을 당하지 않으려면 기업의 유상증자 공시를 꼼꼼히 살펴야 합니다. 그중에서 할인율을 미리 확인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유상증자를 하는 기업은 새로 발행하는 주식의 가격을 기준가격보다 할인해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재 시장에서 매매되는 주식보다 가격이 낮아야 투자자들이 유상증자에 많이 참여하기 때문입니다. 이때 신주 발행가격을 할인해주는 비율을 할인율이라고 표현합니다.

재무 상태가 좋지 않은 기업들은 유상증자를 할 때 할인율이 높은 경우가 많습니다. 정상적인 할인율로는 투자자들을 모으기 어렵기 때문에, 할인율을 높여서 낮은 가격으로 투자자들을 모으는 겁니다. 투자자들은 싼 값에 혹해 투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유상증자 할인율이 높은 기업은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 때문에 금융감독원은 일반공모나 제3자배정 유상증자 시 할인율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일반공모 할인율은 30% 이하, 제3자배정 할인율은 10% 이하여야 합니다. 하지만 주주배정 유상증자의 경우에는 할인율 제한이 없습니다. 이 때문에 문제가 있는 기업들은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30%가 넘는 할인율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금감원이 지난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09년 2월부터 2011년 말까지 주주배정 유상증자 할인율이 일반공모 및 제3자배정 유상증자 할인율 제한을 초과한 경우가 64건이나 됩니다. 이 기간 전체 주주배정 유상증자의 27%에 이릅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주주배정 유상증자 후에 최대주주 지분율은 보통 하락하고, 증자 후 1년 안에 최대주주가 바뀌는 경우도 많다"며 "과도한 할인율로 투자를 유도하는 회사에는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재무상황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