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보험업계에 인수합병(M&A)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우선 생명보험업계 자산 규모 5위인 ING생명 매각 절차가 한창이다. 자산 규모 8위인 동양생명 매각도 예정돼 있다. 3년 전에는 금호생명이 산업은행에 인수돼 KDB생명으로 변신했다.

손해보험사 중에는 그린손해보험이 새마을금고 등에서 자금을 받은 사모펀드 자베즈파트너스에 팔렸다. 에르고다음도 프랑스 보험사인 악사그룹에 매각됐다.

수천억원이 넘는 증자와 보험사 지분 매각도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2011년에는 미래에셋생명이 유상증자로 국민연금으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유치했다. 동부·KB·우리아비바생명도 증자에 나섰다. 작년에는 교보생명 2·3대 주주였던 대우인터내셔널자산관리공사가 보유 지분을 매각해 시장을 떠들썩하게 했다.

◇ING생명·동양생명 매각, 어디까지 진행됐나

현재 투자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보험사 매물은 ING생명이다. 네덜란드 금융사인 ING그룹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겪으며 유럽중앙은행(ECB)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았다. 이때 EU(유럽연합)가 ING그룹에 "보험업에서 철수하라"고 주문했기 때문에 세계 각 지역의 ING 계열 보험사 매각이 시작됐다. 한국의 ING생명도 작년 말 2조2000억원에 KB금융지주에 매각될 뻔했다가 KB금융 이사회의 반대로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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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G생명 매각은 현재 진행형이다. ING그룹은 원래 올해 말이었던 구제금융 상환 시한을 2015년 말까지 연장하는 조건으로 ING생명 지분 중 50% 이상을 연내에 팔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M&A 업계는 한화생명과 국내 최대 사모펀드 회사인 MBK파트너스 두 곳을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는다. 한화생명이 자산 규모 22조원의 ING생명을 인수하면 전체 자산 규모가 100조원에 육박해, 3위인 교보생명(자산 약 68조원)과 격차를 더 벌리게 된다. MBK파트너스가 인수하면 ING생명은 몇 년 후 다시 시장에 '매물'로 나오게 된다.

사모펀드인 보고펀드가 동양그룹으로부터 경영권을 인수한 동양생명은 작년 초 매각 협상이 본격화됐다.

하지만 이 무렵 ING생명도 시장에 매물로 나오면서 동양생명 매각이 시들해졌다. 이런 와중에 이제는 동양생명이 보고펀드와 함께 ING생명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동양생명 M&A는 일단 ING생명 매각 결과가 나온 뒤에야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보험업계 재편 원인은 '역마진'현상

국내 보험업계에서 '새 주인 찾기'가 빈번해진 근본적인 이유는 보험사의 '역(逆)마진' 때문이다. 보험사는 가입자들에게서 거둔 보험료를 수입(수입 보험료)으로 삼는다. 이것이 쌓이면 보험사의 자산이 되는데 보험사는 이를 주식·채권·부동산 등에 투자해 수익을 낸 후, 가입자에게 약속한 금리에 따라 산정된 보험금을 지급한다.

2000년대 중반에 국내 보험사들은 외형 경쟁을 벌이며 보험 가입자를 더 많이 유치하기 위해 연 5%대 고금리 상품을 앞다퉈 출시했다. 하지만 저금리 기조가 오래가면서 보험사들의 역마진 리스크가 크게 높아졌다. 가입자들을 잔뜩 유치해 보험료는 많이 받아놓았지만, 저금리 여파로 연 5~7% 수익을 낼 만한 투자 대상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이런 위기를 버텨내려면 보험사는 외부에서 자금(자본)을 더 유치하는 수밖에 없었다. 자기자본이 충분해야 보험금을 가입자들에게 제때 지급할 여력이 생기고 감독 당국이 요구하는 건전성 기준을 만족시킬 수 있다. 보험사들의 외부 자금 유치(유상증자)가 활발해진 것은 이 때문이다. 이도 저도 안 되면 아예 회사를 매각하는 일도 벌어진다.

◇M&A에 따른 상장 보험사 주가 추이는

보험사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들에겐 M&A가 주가에 미칠 영향이 뜨거운 관심사다. ING생명 매각이 한창인 현시점에선 상장된 생보사, 즉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동양생명 주주들의 관심이 높다.

그런데 삼성생명은 이번 M&A 전선에서 한발 물러서 있다. 자산 규모 178조원으로 부동의 1위인 삼성생명은 국내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것보다 해외시장 진출이 더 시급하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생명은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증자'가 필요하지만,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다. 한화생명은 주요 주주인 한화케미칼이 지난 2월 말 보유 지분의 절반(1.85%)을 시장에서 매각한 후 물량 부담(오버행) 이슈로 주가가 연일 하향세다.

여기에 지분을 25% 가까이 보유한 예금보험공사도 지분 매각을 앞두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증자를 하면 주가 하락 우려 때문에 투자자들이 선뜻 참여하기 어렵게 된다. 동양생명도 자사보다 덩치가 훨씬 큰 ING생명을 인수하려면 대규모 자금확보에 나서야 한다.

결국 생보사 M&A를 위한 대규모 증자와 이에 따른 지분 희석, 주가 급락 가능성은 현재로선 높지 않다. 다만 ING생명이 어느 회사로 팔리느냐에 따라 생보업계의 순위 변동과 이에 따른 주가 변동 가능성은 있다. ING생명은 보험사의 건전성을 판단하는 지급 여력(RBC·Risk Based Capital) 비율이 370%로 높은 수준이다. 지급 여력 비율이 낮은 보험사가 ING생명을 인수한 후 합병하면 지급 여력 비율이 상승하게 된다.

하지만 여성 설계사 비율이 높은 국내 다른 보험사들이 대졸 남성 설계사 중심인 ING생명을 인수하더라도 조직 문화의 차이와 노조의 반발 같은 변수 때문에 쉽게 두 회사를 합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