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포털 잡코리아는 이달 초 유튜브에 6편의 짧은 광고 동영상을 올렸다. '앞날이 침침할 땐, 효과 빠른 잡코리아'처럼 의약품 광고를 패러디한 신작 TV 광고였다. 재밌다는 소문을 타면서, 페이스북 등 SNS(소셜네트워킹 서비스)로 퍼져 나갔다.

하이트진로가 지난 1월 가수 싸이를 모델로 내세워 유튜브에 올린 '싸이슬쇼' 동영상은 한 달 만에 조회 수 100만건을 넘어섰다. 총 12편으로, 007샷·성화봉송샷·폭포샷·젓가락샷 등 싸이가 소주를 마시는 다양한 방법을 소개한 코믹 동영상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주류를 소재로 한 브랜드 영상이란 한계에도 불구하고 재미와 공감을 이끌어내 많은 관심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모바일 고객을 잡기 위해 유튜브를 기업₩브랜드 홍보 창구로 활용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유튜브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하이트진로의‘싸이슬쇼’, 죠스떡볶이의‘매콤한 인생’, 빙그레의‘참붕어싸만코’, 잡코리아의‘의약품 광고 패러디’동영상.

기업들 "TV 대신 유튜브로"

전통 매체인 TV를 떠나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에서 회사나 제품을 광고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무료인 데다, 손쉽게 전 세계에 브랜드를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소문만 잘 타면 소비자들이 알아서 페이스북·트위터 등 SNS로 퍼 날라주는 확산성도 장점이다.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코리아 관계자는 "처음엔 케이팝(K-pop)을 알리려는 연예기획사들이 많이 이용했지만 지금은 기업, 정부 기관까지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접근 방식도 바뀌고 있다. 초기엔 TV에 내보내는 광고 영상을 그대로 유튜브에도 올리는 기업이 많았지만, 요즘엔 아예 처음부터 유튜브를 겨냥해 동영상을 제작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분식 프랜차이즈 죠스떡볶이는 지난달부터 매장에서 촬영한 4분짜리 시트콤 '매콤한 인생'을 유튜브에 차례차례 선보이고 있다. 떡볶이가 좋아 떡볶이집을 차린 사장과 그를 좋아하는 여종업원의 이야기로, 총 18부작까지 만들 계획이다. 화장품브랜드 '에뛰드하우스'는 유튜브를 통해 아이돌그룹 2NE1·샤이니의 멤버들이 출연한 웹드라마 '키스노트'를 선보이고 있다.

공공기관도 나서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작년부터 한국의 사계절을 소재로 한 미니 드라마 '미스플라워(Miss Flower)'를 만들어 유튜브에 공개하고 있다. 한국의 봄꽃을 배경으로 한 젊은 남녀의 사랑 이야기다. 공사 측은 "전문 사진작가가 찍은 사진과 함께 개화 시기·촬영지를 함께 담아 재미와 정보를 동시에 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짧고, 재밌고, 자연스럽게

유튜브 광고는 일반 TV 광고와 다르다. 가만히 소파에 누워서 보는 게 아니라, 스마트폰·태블릿PC로 보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이에 맞춰 광고업계에서도 모바일에 적합한 방식으로 콘텐츠를 진화시키고 있다. 짧고, 재밌고, 광고란 느낌을 주지 않는 게 특징이다. 구글코리아 관계자는 "모바일 소비자들은 긴 이야기보다 눈에 띄는 짧은 스토리를 선호한다"며 "여러 개의 짧은 연속물로 구성된 시리즈 형태의 동영상이 많다"고 말했다.

유튜브 광고는 드라마·시트콤 등 다양한 형태로 변형돼 나타난다. 브랜드·제품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 광고라는 반감(反感)도 크게 주지 않는다. 짧은 영상 속에 재미나 정보 요소를 강조한 것도 특징이다. SNS에 공유할 때 '내가 기업의 광고를 공유한다'는 느낌보다 '재미있고 정보가 담긴 동영상을 공유한다'는 느낌을 주려는 것이다.

유튜브는 고객과 즉각적으로 소통하는 매체여서 기업의 빠른 피드백(feedback)도 필요하다. 잡코리아가 '의약품 패러디' 광고를 올린 후, SNS에는 실제로 직장 생활의 어려움을 치유해주는 약품이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올라왔다. 잡코리아는 2주 만에 '부장킬라' '상사피로회복제' 등의 이름을 붙인 의약품 셋트를 내놓고 '직장인 구급약 이벤트'까지 벌였다.

기업이 유튜브에 주목하는 이유 중 하나는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이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 허지성 책임연구원은 "정보의 양이 많아지면서 기업 주도의 마케팅보다는 지인이 SNS를 통해 추천해주는 정보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기업의 노력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