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LG유플러스가 출연료가 수억원에 달하는 인기 연예인을 섭외하고도 오디션 출신 가수 지망생이 출연한 케이티##(KT) 광고에 밀린 이유는 뭘까. 광고 전문가들은 그 원인이 상당수의 광고를 같은 계열 광고사에 맡기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조선비즈가 최근 숙명여대 홍보광고학과 학생 92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의 LTE 광고 중 '가장 잘 만든 광고'를 묻는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94.6%(87명)가 KT의 LTE 광고를 꼽았다. SK텔레콤의 광고를 선택한 학생은 4.3%(4명), LG유플러스 광고는 1.1%(1명)에 불과했다.(조선비즈 3월 14일 '광고전공 대학생 "통신3사 LTE 광고 중 KT광고가 가장 참신"' 기사 참조),
전문가들은 이 같은 결과가 광고제작의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재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절반이 넘는 텔레비전 광고의 제작을 각각 SK플래닛(옛 SK M&C)과 HS애드(옛 LG애드)에 맡기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 현재까지 공중파 텔레비전으로 송출된 이동통신 3사 광고를 살펴보면, SK텔레콤 광고 27개 중 최소 17개(63%)가, LG유플러스 광고 16개 중 최소 9개(56.3%)가 각각 SK플래닛(SK M&C)과 HS애드에서 제작됐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대기업 광고대행사가 같은 계열사 광고를 대거 수주하는 구조가 결국 참신성 결여로 이어진다고 지적한다.
광고대행사가 광고를 수주할 때는 통상적으로 경쟁 입찰을 해야 한다. 그러나 대기업 광고회사는 수의계약(경매·입찰 등의 방법을 거치지 않고 하도급 업체를 임의로 선택해 맺는 계약)이나 입찰을 해도 경쟁사보다 유리한 조건에서 같은 계열사 광고를 수주할 수 있다.
이 경우 광고대행사 입장에서는 굳이 유능한 제작자를 투입할 필요가 없다.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는 데 충실하기보다는 유명한 연예인이나 화려한 컴퓨터그래픽 효과만을 내세우는 등 쉽게 이목을 끄는 방법을 사용한다. 모델 등 부수적인 요소에 지나치게 의존한 나머지 상품이나 브랜드를 알리는 데 소홀할 경우, 대중의 이목이 광고 모델에만 집중되는 역효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월드스타' 싸이를 섭외하고도 14일 설문조사에서 가장 적은 표를 받은 LG유플러스의 LTE 광고다. LG유플러스는 작년 8~12월 싸이를 광고에 출연시키는 대가로 3억6000만원을 들였다. 그럼에도 싸이가 출연한 이 광고는 "싸이의 유명세에만 기댔을 뿐 브랜드의 성격이나 특징을 전혀 살리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같은 계열사가 아닌 광고대행업체는 경쟁에서 선발되기 위해 아이디어를 내놓는 데 주력할 수밖에 없다. KT는 공개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삼성 계열의 제일기획을 광고대행사로 선정했다. 제일기획 입장에서는 질 높은 광고를 만들지 못하면 언제든 경쟁사에 광고 물량을 빼앗길 수 있기 때문에,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놓기 위해 늘 고민할 수밖에 없다.
설문조사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KT의 LTE 워프(WARP) 광고는 프랑스 노래 '빠담 빠담'을 개사한 '빠름, 빠름'이라는 노래와 오디션 출신 가수 버스커버스커가 직접 그린 그림으로 화제를 모았다.
제작비도 크게 절감됐다. 업계 관계자는 "정확한 액수는 측정이 어려우나 비슷한 시기에 전파를 탄 SK텔레콤의 'LTE DONE' 광고와 비교할 때 제작 비용은 30%에 불과한 반면 효율은 두배에 가까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SK텔레콤도 과거 외부 대행사에 광고를 맡겨 브랜드 이미지 강화에 성공한 적이 있다. 1990년대 말 SK텔레콤이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던 'TTL' 광고 시리즈도 SK계열 광고대행사가 아닌 독립 광고사 '화이트커뮤니케이션즈'에서 제작했다. SK텔레콤은 당시 무명이었던 배우 임은경씨를 모델로 기용, 11편의 시리즈 광고를 제작해 이른바 '신비주의' 전략에 성공했다. 이 광고는 TTL이라는 요금 상품을 하나의 브랜드로 만드는 데 큰 공을 세웠다.
김민기 숭실대 언론홍보학과 교수는 "경쟁을 통해 공정하게 광고대행사를 선정해야 브랜드와 서비스의 특징을 잘 살리는 참신한 광고가 나올 수 있다"면서 "빅모델만을 내세워서 대중의 이목을 끌고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고 말했다.
한 학계 관계자는 "실제로 광고업계에서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지난해 KT에 '참패'했다는 데 전반적으로 동의하고 있다"면서 "아이디어 위주로 치열하게 승부를 보지 않으면 양사는 올해도 KT 광고에 뒤쳐지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같은 계열 광고대행사라도 광고를 수주하기 위해 치열한 프리젠테이션을 거친다"면서 "수의계약으로 일감을 몰아준다는 말은 맞지 않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