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선주협회 이전식에 참석한 국내 3대 해운업체 최고경영자(CEO)들은 "올해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는 희망적인 전망을 쏟아냈다. 국내 최대 선사(船社)인 김영민 한진해운 사장은 "지난해는 1분기 적자가 심했는데 올해는 1분기 분위기가 좋다"고 말했다. 이석희 현대상선 부회장도 "시황이 지난해보다 20%가량 좋게 나오고 있다"면서 "아직 어렵긴 하지만 흑자 전환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증권가에선 비관론이 더 우세하다. "국내 주요 해운업체가 올해는 버티겠지만 내년 이후엔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대체 해운업체 상황이 어떻길래 전망조차 엇갈리는 것일까?

적자 누적… 삼중고에 시달려

전문가들은 대체로 현재 국내 해운업계가 삼중고(三重苦)에 시달리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해운업체 대부분이 장기 침체로 2년 연속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고, 올해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진해운은 지난해 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었지만, 당기순손실이 6379억원에 달했다. 2011년(-8238억원)보다 적자 폭은 줄었지만, 2년 연속 적자에 허덕였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당기순손실이 전년도(-5343억원)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난 9885억원을 기록했다. 그룹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STX팬오션도 지난해 순손실이 4668억원에 달했다. 2011년(-219억원)보다 적자폭이 무려 20배 이상 커진 것이다.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가운데 연내에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물량이 적지 않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현대상선·STX팬오션·SK해운 등 국내 4대 해운업체가 발행한 회사채 잔액은 현재 약 7조원. 이 가운데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물량만 1조5000억원이 넘는다. 업체별로는 현대상선 4800억원, 한진해운 4000억원, STX팬오션 4000억원, SK해운 2500억원 등이다. 실적 악화의 여파로 회사채 발행이 늘면서 부채비율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 한진해운은 지난해 부채비율이 697.2%로 치솟았고, 현대상선은 657.6%에 달했다.

그래픽=김현지 기자<br>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선 회사채 발행이나 유상증자에 나서야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익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운업체의 신용등급이 일제히 떨어져 회사채를 발행해도 팔릴 가능성이 낮고, 대주주가 보유한 현금이 부족해 유상증자가 성공할 가능성도 낮다"면서 "올해도 실적이 나쁘면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매각 작업도 지지부진

일부 해운사는 어려운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주(主)수입원인 선박까지 내다 팔고 있다. 한진해운은 지난달 4000TEU급 컨테이너선 1척을 매각했다. 가격은 2200만달러. 현대상선도 올해 초 초대형 원유 운반선을 매각해 200억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선박에 실을 물량 확보도 쉽지 않고 운영자금을 마련하기도 어려워 어쩔 수 없이 선박을 매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해운사의 매각 작업도 신통치 않다. 국내 2대 벌크선 업체인 대한해운은 글로벌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아 2011년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지난해 12월 매각을 추진했지만 우선협상대상자였던 사모펀드와 투자계약 합의에 실패해 매각이 불발됐다.

4조원이 넘는 부채를 갖고 있는 STX팬오션 매각 작업도 지지부진하다. STX그룹은 지난해 말 사업구조 개편과 재무구조 안정을 위해 STX팬오션을 매각하기로 결정하고 국내외 투자자와 물밑 접촉을 펼쳤으나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자 비공개매각에서 공개매각으로 방식을 바꿔 오는 29일까지 인수의향서(LOI)를 받기로 했다.

"운임 오르면 나아질 것"

해운업체들은 떨어지기만 하던 운송 운임이 최근 소폭 반등 조짐을 보이는 것에 기대를 걸고 있다. 세계 해상 수송 물동량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꾸준히 회복세를 보였지만, 선박 공급량이 워낙 많아 운임 하락세가 이어졌다. 하지만 최근 세계 1위 선사인 덴마크 머스크라인이 컨테이너선 운임 인상에 나섰고, 한진해운·현대상선도 운임을 계속 인상하고 있다. 원자재 운송 운임을 나타내는 발틱운임지수도 지난 1월 한때 700선이 깨졌지만, 이후 꾸준히 올라 이달 들어 900선을 넘어섰다. 침체 조짐을 보이던 중국 경제가 최근 살아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세계 원자재 수송량이 늘어난 데다가, 지난해 벌크선 폐선량이 급증하면서 선박 공급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한 해운 전문가는 "해운업은 경기에 밀접한 영향을 받기 때문에 어느 한두 해에 대규모 적자가 날 수도 있다"면서 "어려운 시기를 잘 넘기면 호황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최근 운임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문제는 상승세가 얼마나 지속할지 여부"라면서 "특히 최성수기인 3분기까지 상승세가 이어지면 실적이 좋아질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