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미국 증시의 상승세가 무서울 정도다. 우량주 중심인 다우존스 산업평균이 1만4000선을 웃돌며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 중이고,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모건스탠리, 도이체방크,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IB)은 앞다퉈 올해 S&P 500지수의 목표치를 1600선 이상으로 상향 조정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경기 부양책에 힘입어 일본 증시도 강세다. 올 들어 일본 닛케이 평균은 약 17% 올랐다. 반면 안전자산의 대표로 꼽히는 금값은 상대적으로 내림세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큰손들은 어떤 투자 전략을 택하고 있을까. 머니섹션 M이 워런 버핏을 비롯한 투자 전문가의 최근 발언을 토대로 이들의 투자 전략을 살펴봤다.

'가치 투자의 달인' 워런 버핏 / '상품 투자의 귀재' 짐 로저스

美·日 주식 주목하는 투자 귀재들

세계적인 투자가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변함없는 주식 사랑을 과시하고 있다. 이달 초 버핏은 미국 경제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 "주식은 좋은 투자 수단이며, 채권 투자는 멍청한 짓이며, 케첩은 영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일(현지 시각)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는 "작년 S&P500 지수 상승률(16%)이 버크셔 해서웨이의 장부가 상승률(14%)보다 높았다"며 "나의 투자 성적은 평균 이하(subpar)였다"고 자평했다. 이어 "미국 경제에 대한 믿음엔 변함이 없다"며 IBM, 코카콜라,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웰스파고 등 4개 종목의 보유량을 더 늘릴 계획이라고 썼다. 버핏은 기업 인수·합병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세계 최대 케첩회사 '하인즈'를 인수한 버핏은 투자자에게 보낸 서한에서 "작년 코끼리 몇 마리를 잡으려다 놓쳤지만 올해엔 다를 것"이라고 밝혔다.

'상품 투자의 귀재'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일본 주식을 사 모으고 있다. 지난 5일 일본 다이와증권 상품 투자 콘퍼런스에 참석한 로저스는 "일본 주식은 내가 보유한 몇 안 되는 국가의 주식 중 하나"라고 했다. 그는 이어 "과감한 금융완화를 골자로 하는 아베 신조 정권의 경제 정책인 '아베노믹스'가 일본의 경기 부양을 이끌 것"이라며 "앞으로 일본 주식을 팔 생각은 없으며 가능하면 보유량을 더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본 증시의 닛케이 평균은 올 들어 17% 넘게 상승했다(19일 기준).

월가 비관론자 여전히 "증시 폭락 가능성" 경고

반면 월가를 대표하는 비관론자들은 주식시장에 대한 경고 목소리를 낮추지 않는다. 비관론의 대표 주자로 꼽히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학교 교수는 주식시장의 버블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이달 초 한 금융회사 워크숍에서 루비니는 "올해 소득세, 부자 증세 등의 정책으로 미국인의 가처분 소득이 크게 줄고 소매업은 재앙을 맞을 것"이라며 "미국 경기가 얼마나 둔화하느냐에 따라 주식시장도 깜짝 놀라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고 마켓워치가 전했다. 그는 "올해 하반기 미국 기업의 실적과 순익이 실망스러운 수준을 기록할 수 있으며, 주식시장도 조정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닥터 둠'으로 유명한 마크 파버 글룸붐앤드둠 발행인도 미국 주식시장이 조정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파버는 지난 7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뉴욕 증시가 상당히 많이 올랐으며 올해 안에 20% 이상 조정을 받거나 연초에 크게 오른 후 폭락할 수 있다"고 했다. 앞서 1987년과 2000년에도 증시가 연초에 강세를 보이다 하락한 바 있다는 설명이다.

금(金) 권하는 채권왕과 닥터 둠

올해 온스당 1600달러 밑으로 내려갔던 금 투자를 권하는 투자가도 있다. '채권왕' 빌 그로스 핌코(PIMCO) 최고투자책임자(CIO)가 대표 주자다. 그는 지난달 투자자에게 보낸 서한에서 "글로벌 중앙은행이 (통화정책 완화로) 유발한 신용 거품은 효력과 시한이 다하고 있다"면서 "인플레이션에 강한 금과 같은 상품 보유량을 늘려야 한다"고 썼다. 그는 "신용에 기반을 둔 금융시장과 경제는 레버리지를 통해 겨우 유지되고 있지만 아주 부서지기 쉽다"고 했다. 실제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일본은행 등 각국 중앙은행은 양적 완화 등의 통화 완화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그 대신 미국 국채는 처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그로스가 운용하는 토탈리턴펀드는 지난 2월 미국 국채 보유 비중을 전달(1월) 30%에서 28%로 줄였다. 마크 파버도 주식보다는 금 투자를 권했다. 그는 지난 1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금값이 10%가량 조정을 받을 수 있지만, 각국 정부가 화폐를 찍어낼 것"이라며 "(물가 상승에 대한) 보험 차원에서 금을 보유하겠다"고 했다. 이어 지난 8일에는 "가격이 상대적으로 오른 뉴욕 증시보다는 가격이 많이 내려간 금을 사겠다"고 말했다.

헤지펀드계의 거물 존 폴슨도 여전한 금 사랑을 과시하고 있다. 존 폴슨이 운용하는 폴슨앤드컴퍼니는 작년 4분기 세계 최대 금 펀드인 SPDR 트러스트 보유 지분을 전 분기와 같은 2180만주로 유지했다. 같은 시기 억만장자 투자가 조지 소로스의 소로스 펀드매니지먼트가 SPDR 트러스트 보유 지분을 전 분기 130만주에서 60만주로 줄인 것과는 대조적인 움직임이다. 로이터는 "폴슨앤드컴퍼니가 바리크 금 코퍼레이션, 앵글로골드 아산티 등 주요 금 광산업체 지분을 상당히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