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도벽, '유죄 VS 무죄'

생리전증후군(PMS) 증상 중 생리기간에 충동적으로 남의 물건을 훔치는 이른바 '생리 도벽' 절도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50대 주부인 A(54·여)씨는 최근 강원 춘천의 한 대형마트에서 점주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470여만원 상당의 밍크코트 1점을 훔쳤다 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 조사결과 A씨는 매장 바깥의 의류판매점에서 점주가 화장실을 간 사이 밍크코트를 팔에 감은 뒤 잽싸게 주차장으로 가 주차해 놓은 남편 소유의 차를 이용해 사건 현장을 빠져 나갔다.

경찰은 지하주차장에 설치된 CCTV를 분석, A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수사를 전개해 검거했다. 지난 1월4일 서울 동대문 일대 의류 상가 2곳에서 귀금속 2세트와 악세사리 40개 등 2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쳐 입건된 B(35·여)씨도 생리 도벽증이 있어 과거 수차례 같은 혐의로 입건된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생리 도벽은 일종의 생리전증후군으로, 생리전증후군이란 생리 시작 직전·후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로 신체·정서·행동적 증상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을 말한다.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주로 체내 여성 호르몬의 농도 변화와 관련이 있는 데,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의 주기적 변화가 뇌에 영향을 미치는데서 비롯된 현상으로 알려져 있다.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신영철 교수는 "생리 도벽을 가지고 있는 여성들은 자신에게 당장 필요치 않은 물건들을 훔치고, 특정적으로 그걸 훔쳐야겠다고 계획하지 않은데서 비롯된 충동적인 성향을 보인다"며 "이들은 병적인 충동조절장애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설명했다.

춘천경찰서 관계자는 "생리 도벽으로 물건을 훔치고 싶은 충동을 느껴 절도 행위를 저지르는 여성들이 꽤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