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다가오고 있다. 머지않아 강남 갔던 제비도 돌아올 것이다. 하지만 봄은 같은 봄이되, 새는 예전 그 새가 아닐지 모른다. 도시에서 살아남으려고 새들이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를 피하기 위해 제비 날개는 갈수록 짧아지고, 소음을 이기기 위한 참새의 노랫소리는 높아만 간다. 같은 새라도 도시 새와 시골 새는 행동이 딴판이 됐다. 인간에 의한 예기치 않은 자연선택이 가져온 결과들이다.
◇로드 킬 피하기 위해 짧아진 날개
미국 털사대의 찰스 브라운 교수는 네브래스카주의 한 도로에서 1982년부터 30년간 삼색제비(cliff swallow)를 조사하고 있다. 해마다 5~7월 이곳에 머무는 삼색제비는 다리나 육교의 수직 벽면에 호리병 모양의 집을 짓고 산다. 도로와 가까이 살다 보니 자동차에 치여 죽는 '로드 킬(road kill)'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그런데 최근 들어 로드 킬 건수가 급감했다. 차량 통행 수는 30년간 거의 변화가 없었다. 매나 고양이 같은 천적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차이가 있다면 1980년대에는 세단이 주로 다녔다면, 지금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많다는 정도다. SUV는 오히려 표면적이 세단보다 넓어 제비와 충돌할 가능성이 더 크다. 제비 수도 예전보다 늘었다. 로드 킬이 늘었으면 늘었지 줄 수는 없는 상황인 것.
브라운 박사는 날개에서 단서를 얻었다. 로드 킬 당한 제비는 대부분 평균보다 날개가 길었다. 또한 집단의 평균 날개 길이는 30년간 2% 가까이 줄었고, 로드 킬 당한 제비 날개 길이는 3% 가까이 늘었다. 연구진은 "도로에 앉아 있던 제비가 차를 만났을 때 날개가 길면 재빨리 날아오르지 못해 죽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진화연구자인 장대익 서울대 교수(자유전공학부)는 "제비가 스스로 도시라는 환경에 적응해 날개를 줄인 게 아니라 유전적으로 날개가 짧은 개체가 환경에 적합해 선택된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셀' 자매지인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 18일 자에 실렸다.
◇소음에 사라진 참새 노랫가락
도시는 참새의 노래도 바꿨다. 미국 조지 메이슨대의 데이비드 루터 교수는 1969년 시카고 도심에서 녹음한 참새 소리와 요즘 참새 소리를 번갈아 들려줬다. 수컷들은 요즘 참새 소리를 들으면 스피커로 날아가 강한 경보음을 냈다. 반면 과거의 참새 소리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1969년 당시 시카고 참새 소리는 저음과 중음, 고음 등 3종류였다. 모두 다른 도시의 참새 소리와는 달랐다. 일종의 시카고 참새 사투리인 셈. 하지만 30년 뒤 사투리는 두 종류로 줄었다. 사라진 것은 저음 영역이었다. 도시에 많은 엔진 소음이 같은 영역이다. 즉 열심히 불러도 소음 탓에 알아듣기 어려운 노래는 버린 것이다. 지금 유행하는 참새 노래는 가장 고음에 속한다.
도시 새와 시골 새는 적을 만났을 때 행동도 다르다. 스페인과 프랑스 연구진은 2009~2011년 덴마크와 스페인에서 1132마리의 참새와 방울새, 지빠귀 등을 채집했다. 사람이 손에 쥐자 같은 종이라도 시골에서 잡은 새는 격렬하게 몸을 틀고 부리로 쪼았다. 도시 새는 몸부림이 훨씬 덜했다. 심지어 기절 상태를 보이기도 했다. 시골에는 새매와 같은 맹금류가 천적이라면, 도시의 천적은 고양이다. 연구진은 "도시 새가 얌전해진 것처럼 보이지만, 그게 도시의 천적을 벗어나는 데 더 효과적인 방법일 수 있다"고 밝혔다.
◇환경영향평가 넘어 진화영향평가 필요
서울대 장대익 교수는 "이제 환경영향평가를 넘어서 진화영향평가도 논의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지금껏 산업화, 도시화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의는 많았지만, 그로 인해 예기치 못한 자연선택이 가져올 근본적인 생태계 변화에 대한 논의는 거의 없었다. 진화영향평가는 도시에 사는 동물을 원래 모습으로 되돌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희망은 있다. 영국 산업혁명기에 나무들이 공장 굴뚝에서 나온 검댕으로 덮여 꺼멓게 변하자 흰색 후추나방이 사라지고 검은색이 늘었다. 검은 나무에 붙은 흰 나방은 천적의 눈에 쉽게 띄었기 때문이다. 2009년 영국 나비보존협회는 다시 흰색 나방이 증가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환경에 대한 경각심이 늘면서 1960년대 이후 대기환경이 개선된 덕분이다. 미국에선 30년 만에 개간지가 숲으로 바뀌면서 참새 소리가 낮고 느린 음으로 변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