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1인 대표이사 체제에서 3인 복수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한다고 밝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연말 DS(부품), CE(TV·가전), IM(IT·모바일) 중심의 3대 부문체제로 조직을 재편한 데 이어 각 부문 사장이 회사의 각자 대표가 된 것이다.
삼성전자가 복수 대표이사를 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번 결정은 사업부별 독립성과 사장들의 권한·책임을 강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 매출 200조원 돌파…비대해진 회사 효율적 경영 위한 조치
삼성전자 IM부문은 지난해 스마트폰 판매 호조로 매출 100조원을 돌파했다. 단일 사업부가 매출 100조원을 넘는 것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사례를 찾기 힘들다.
DS부문과 CE부문 역시 메모리반도체와 TV 등의 분야에서 세계 1위를 달리면서 사업부 규모나 위상이 확고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매출 201조원의 거대기업을 한 사람의 대표이사가 끌고 간다는 것은 조직운영이나 스피드경영 측면에서 득이 되기보다는 손해로 작용한다고 삼성전자측은 판단했다.
삼성전자는 복수 대표이사 체제를 도입한 것에 대해 "대표이사로서 권한과 사업에 대한 책임을 일치시켜 책임경영 체제를 더욱 확고히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각 부문장이 사장이자 대표이사가 되면서 대내·외 권한과 위상이 높아진 만큼 지금보다 더 책임감을 가지고 사업에 전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업적 판단 착오나 실적부진 등에 대한 책임은 각자 대표이사들이 지게 된다. 따라서 경영의 속도는 높이되 예측경영을 통한 리스크 최소화를 꾀한다는 것이다.
◆ 수시로 조직운영·대표 체제 바꿔…이재용 부회장 역할 변화 없어
삼성전자는 필요에 따라 개별 사업부를 다른 부문으로 이동시키는가 하면 사업부를 총괄하는 부문체제를 만들어 조직운영의 효율성을 높였다.
대표이사 체제도 최근 5년간 수시로 1인과 복수를 혼용해왔다. 조직을 나누고 공동 대표가 회사를 이끄는게 맞다고 생각될 때는 복수 대표이사 체제를 썼다가, 원톱 체제로 복귀하는 방식을 반복해왔다. 이에 따라 대표이사가 많을 때는 3명에서 5명까지 있을 때도 있었다.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이 작년 6월 삼성전자를 떠난 후 권오현 부회장 1인 체제에서 9개월 정도 운영됐던 삼성전자는 다시 복수 대표이사 시대를 맞이했다.
삼성전자가 최근 사내·사외이사를 재구성하고 복수 대표이사 체제를 도입하기로 했지만 지난해 연말 승진한 이재용 부회장의 역할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지금처럼 삼성전자의 현안을 두루 챙기면서 각 사업부의 영업·마케팅에도 간여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삼성전자뿐 아니라 부품 계열사의 사업까지 들여다 볼 것으로 예상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그동안 전문경영인 체제를 잘 구축해왔는데, 이번 대표이사 체제의 변화로 3인의 전문경영인과 1인의 오너(이재용 부회장)가 함께 회사를 이끌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