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훈 자본시장연구원 부원장

새 지배구조 실험 SK그룹, 김창근 체제로 〈조선일보 2012년 12월 19일자 A20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그룹 최고 의사 결정 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에서 물러났다. 후임엔 김창근 SK케미칼 부회장이 선임됐다. 최 회장은 앞으로 그룹 현안에 영향력을 행사하기보다는 전문경영인 역할에 치중할 것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 다시 풀어 읽는 경제기사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위기 전까지만 해도 기업 지배구조라는 말은 우리에게 너무나도 생소했습니다만, 지금은 상당히 익숙한 용어가 됐습니다. 지난 15년여간 기업 지배구조에 관하여 많은 논의가 있었고 또 많이 개선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기업 지배구조와 관련된 보도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만큼 중요하기도 하고 개선이 더 필요하다는 뜻이겠지요. 오늘은 기업 지배구조가 무엇이고 기업 지배구조와 관련된 이슈가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알아보겠습니다.



◇기업 지배구조는 무엇이고 어떤 기능을 하나요?

지배구조(governance)는 한 조직이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주요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구조나 틀을 말합니다. 여기서 조직은 기업은 물론 국가, 학교, 비영리단체 등을 모두 포함합니다. 대한민국이란 국가는 대통령,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가 있고 이들이 국가 운영(통치)을 위한 의사결정을 내리는데, 바로 이러한 구조가 지배구조입니다. 한마디로 지배구조란 한 조직을 다스리는 구조를 뜻한다고 보면 됩니다.

그렇다면 기업 지배구조(corporate governance)는 기업을 다스리는 구조를 가리키는 말이 되겠지요. 가장 보편적인 기업 형태인 주식회사는 최고경영자, 이사회, 주주총회 등의 기관들이 설치되어 있고, 이 기관들이 경영수익 및 기업가치 극대화와 같은 기업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전략적 의사 결정을 내리는데 이런 구조가 바로 기업 지배구조입니다.

기업은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기업 지배구조가 잘 설계되어야 합니다. 자세히 설명해 보겠습니다. 주식회사는 주주들이 회사의 소유자, 즉 주인입니다. 하지만 회사가 어느 정도 이상의 큰 규모가 되면 주주들이 직접 경영을 하지 않고, 전문경영인을 고용해 회사 경영을 맡기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자신을 대리해서' 회사를 경영해주기를 기대하고 전문경영자를 고용합니다만, 이 전문경영인이 주주의 이익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방향으로 회사의 경영 의사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이런 문제를 전문용어로 '대리인 문제'라고 합니다. 예를 들면, 경영자가 자기 가족이나 지인이 운영하는 별로 시원치 않은 부품 제조회사와 일반적인 수준보다 훨씬 좋은 조건으로 물건을 사고파는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지요. 따라서 기업 지배구조는 이런 대리인 문제 등을 최소화시켜 경영자가 주주들의 이익을 중심으로 회사 경영을 하도록 효율적으로 작동해야 합니다.



◇기업 지배구조의 주요 메커니즘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주식회사의 가장 대표적이고 핵심적인 기업 지배구조는 이사회입니다. 이사회는 주주를 대신해 최고경영자의 의사 결정이 주주의 이익에 합치하는지를 감시하고, 그러한 의사 결정을 승인하는 역할을 합니다. 앞의 예에서 제대로 된 이사회라면 부당한 납품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도록 통제할 것이고, 그런 행위를 한 최고경영자를 견제할 것입니다.

대주주의 주주권 행사 역시 중요한 기업 지배구조입니다. 지분이 매우 작은 주주들은 최고경영자의 의사 결정이 자신의 이익에 부합하는지를 감시하는 데 드는 시간이나 비용, 노력에 비해 그에 따른 이익이 대주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습니다. 그래서 소액주주들은 기업 경영에 대해 무관심하게 되는 경향이 있지요. 반면 경영자들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활동을 통해 얻는 이익이 소요되는 비용보다 클 정도로 지분이 많은 대주주라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겠지요. 많은 기업의 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려는 움직임이 기업 지배구조 측면에서 관심을 받는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또한 최고경영자의 연봉을 기업 성과에 따라 더 주거나, 덜 주도록 하는 것도 최고경영자의 개인적인 이익(즉 연봉)이 주주의 이익인 기업 성과와 일치되도록 하기 위함인데, 이 역시 기업 지배구조로서의 역할을 합니다.



◇최근 제기되고 있는 기업 지배구조 이슈는?

기업 지배구조에 관한 논의는 기업의 주인은 주주이며, 기업의 목적은 당연히 주주 이익의 극대화여야 한다는 것이고 따라서 기업 경영진의 의사 결정은 주주이익 즉 주가를 높이는 데 집중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경영 의사 결정은 주가 상승을 위해 단기적인 현금 흐름을 좋게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졌는데, 여기에서 여러 가지 부작용이 나타났습니다. 예를 들어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저(低)임금의 미성년자를 고용하고, 하도급업체에 납품단가를 내리라고 강요하기도 합니다. 또한 폐기물 처리비용을 절감하려고 불법적으로 하천 등으로 폐기물을 버려 환경을 오염시키는 일도 발생합니다. 기업이 단기 성과에 집착하면서 장기적인 성장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를 줄이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지요. 그런데 이처럼 단기적인 시각에 입각한 경영은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관련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중요성도 부각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최근의 기업 지배구조에 관한 논의는 단순한 주주이익의 극대화에서 벗어나, 장기적인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어떻게 유지해 나가도록 할 것인가로 논의의 범위가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기업 지배구조의 문제점은?

우리나라는 전문 경영인이 별도로 있지만, 대주주인 지배 주주가 전문 경영인의 의사 결정을 사실상 쥐락펴락하는 기업이 적지 않습니다. 바로 재벌이라고 하는 대기업 집단에서 그런 문제가 많이 발생하고 있고, 우리나라 기업 지배구조의 핵심 이슈이기도 합니다. 재벌 총수가 그리 많지 않은 지분을 여러 계열사에 나눠 보유하면서, 그룹 내의 계열사들을 연결해 그룹 전체를 장악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계열사 간 거래를 통해 이익을 많이 내고 있지만 총수 지분이 낮은 계열사로부터 그렇지 않은 계열사로 돈을 옮겨가도록 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이익을 많이 내는 기업의 소수 주주들이 피해를 보게 됩니다. 이런 문제는 우리나라 기업 지배구조의 가장 큰 논란거리 중 하나입니다.

자본시장연구원·조선일보 공동기획기사 
문의는 (02)3771-0631자본시장연구원 연구조정실


◆ 쉽게 배우는 경제 tip

사외이사

기업의 이사회가 최고경영자에 대한 감시·견제 및 규율 활동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무엇보다 이사회가 최고경영자 혹은 지배 주주의 영향력으로부터 독립적이면서 전문성을 갖춘 사람들로 구성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 회사 임원이 아닌 독립적인 외부 인사를 이사회의 구성원으로 선임하게 되는데, 이러한 독립적 외부 인사를 사외이사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상법에 따라 상장회사는 사외이사를 반드시 선임해야 합니다.

◆ 퀴즈

전문경영인이 주주의 이익보다 자신의 개인적 이익을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방향으로 기업의 경영 의사 결정을 내림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를 ‘○○○ 문제’라고 합니다.

▲응모 요령 : 모닝플러스 홈페이지(morningplus.chosun.com)의 이벤트 코너에서

▲일정: 3월 20일(수) 오후 5시 마감, 3월 22일(금) 당첨자 발표

▲경품: 이마트 상품권(1만원권) 모바일 교환권(40명, 각 1장)

〈지난 회 정답 : 직접금융〉

이마트 상품권 모바일 교환권 당첨자=강건모 계윤정 권오웅 김건효 김기종 김미혜 김성범 김은정 김창갑 김창현 김충호 김칠규 박명혜 박상화 박형진 박혜림 박혜연 배춘화 백미경 서혜경 송병옥 송용근 송혜숙 안강혁 양건주 양정숙 어희선 여관구 오영주 이격희 이규형 이남현 이병한 이수진 이윤균 이준열 장미현 최경환 한효경 황미숙